하이트맥주가 칼스버그의 지분 매각이라는 ‘예고된 악재’에 발목이 잡혀 크게 뒷걸음질쳤다.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하이트맥주는 장중 한때 8만9,100원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 전날보다 3.87% 떨어진 9만1,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17만1,500원의 신고가를 기록했던 작년 11월에 비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지난달부터 가시화된 맥주소비 회복과 본격적인 월드컵 특수, 바닥 인식의 확산으로 주가회복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 찰나에 불거진 대주주의 대규모 지분매각이 오르막의 길목을 가로막은 것. 칼스버그는 지난 13일 하이트맥주의 잔여지분 13.1%(252만3,251주)를 리먼브라더스를 통해 블록세일 형태로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재원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칼스버그가 외국인 투자가들을 중심으로 전날 종가보다 8% 가량 낮은 8만8,000원에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가격이 단기적인 차익실현 매물을 끌어냄으로써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악재 해소시점에서 터지는 물량 부담으로 인해 주가회복도 예상보다 느려질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14만원으로 내렸다. 한국희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도 “지금은 기대 수익률을 낮춰야 할 시점”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7만7,000원에서 12만8,000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다만 수급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이번 지분 매각이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이트맥주 2대주주인 칼스버그는 작년 12월에 1차로 하이트 지분 12%를 매각한 이래 잔여지분 13%도 모두 매각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왔기 때문.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주가의 걸림돌이 돼 온 칼스버그 지분 매각 가능성이 해소돼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본격적인 성수기 도래와 맥주시장 회복, 두산이 촉발한 소주시장 경쟁이 최근 완화되는 등 펀더멘털 요인도 장기적인 주가상승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편 지난 99년 하이트맥주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25%의 지분을 획득했던 칼스버그는 두 차례에 걸친 지분매각으로 7년 만에 198%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칼스버그는 1차로 227만6,052주(11.86%)를 주당 14만158원에 판데 이어 이날 나머지 지분을 8만8,000원에 매각했다. 지분취득 가격은 1,849억원, 매각대금은 5,41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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