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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변하고 있다] (2) 한국가스공사
입력1999-01-19 00:00:00
수정
1999.01.19 00:00:00
지난 94년 12월초. 서울 아현동 일대는 아수라장이었다. 폭격을 맞은 듯 주변은 폐허가 됐다. 예상치 못했던 도시가스 폭발. 주변은 잿더미로 변했으며, 가스 공급중단으로 서울 시내 많은 시민들은 강추위 속에 밤을 지새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피해는 엄청났다. 12명이 목숨을 잃었고 재산손실만 200억원에 달했다.당시 한국가스공사는 이 사고로 인해 존폐의 갈림길에 서는 위기를 맞게 됐다. 공기업으로서의 이미지는 땅으로 쳐박혔고,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상실감과 패배주의가 팽배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한갑수(韓甲洙)사장이 급거 부임했고, 韓사장은 3개월만에 사고를 완전 수습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곧이어 전사적인 경영혁신 작업에 돌입했다. 가스공사가 단 한건의 사고도 일으키지 않으려면 회사를 완전히 뒤바꾸는 길밖에 없었다. 아현동 사고는 그동안 방만해진 경영과 직원들의 풀어진 근무 기강 때문에 발생했다는 게 자체 분석이었다.
가스공사의 경영혁신은 이렇게 시작됐다. IMF위기를 맞은 이후 돌이켜 생각하면 차라리 전화위복(轉禍爲福)이었다.
◇「FRESH KOGAS 21운동」= 국민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가스공사는 경영혁신을 위한 준비팀을 지난 95년 발족시켰다. 「제2창업」을 위한 준비는 7개월동안 지속됐고, 96년 3월 22일 서울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전직원이 모여 제2창업 선언식을 개최했다.
제2창업의 요체는 21세기 세계 일류 종합에너지 기업이라는 장기비전과 함께 「FRESH KOGAS 21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이다. FRESH는 새로운 사업영역 개척, 구성원 능력 재창출, 역동적 창의적 경영활동, 고객과 지역주민 만족경영, 무결점 경영체제의 영문 이니셜을 모아놓은 것이다. KOGAS는 가스공사를 뜻한다.
「FRESH KOGAS 21운동」을 전개하면서 가스공사가 가장 중점을 둔 분야는 단연 안전관리였다. 안전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절대적 가치였다. 94년 32억원에 불과했던 안전관리 투자비는 97년 599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안전기업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 모빌-엑손사 수준의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안전관리 5개년 발전계획도 시행중이다.
아현동 사고이후 안전관리 체계는 철저히 현장 중심으로 재편됐다. 그 결과 95년부터 현재까지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경영혁신= 경영혁신은 안전관리와 함께 가스공사가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과제다. 성과도 탁월하다.
'98경영혁신대상 공기업부문 대상 2연패, 최고경영자상등 화려한 수상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가스공사는 신속 경영을 위해 의사결정 시스템을 대폭 개선, 7단계에 달했던 결재 단계를 3단계로 축소했다. 팀 제도를 과감히 도입한 결과다.
공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전자결재 시스템과 화상회의시스템을 일찍 설치하는등 정보 인프라 구축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사장-본부장간 경영계약 체결 방식은 다른 공기업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제도다. 본부장들은 매년 초 본부별 경영목표를 사장과 협의후 확정하고 계약을 맺는다. 평가결과에 따라 100점 만점중 50점 미만을 받는 본부장은 임기전이라도 해임이 가능토록 규정되어 있다. 반대로 경영실적이 뛰어난 본부는 최고 연간 급여의 50%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받는다. 민간기업의 소사장제와 같은 제도로 볼 수 있다.
『경영계약제도는 본부장 책임경영 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팀장급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韓사장은 회사내에 경쟁적 요소를 더욱 늘릴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조직 슬림화= 가스공사가 대대적 조직슬림화에 나선 것은 지난해. 97년말 시작된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환율이 급등하자 LNG 수입대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럼에도 LNG국내 공급가격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고정됐다. 막대한 손실이 누적되어 부채비율이 위험수위를 훌쩍 넘어버렸다.
하마터면 부도가 날뻔했다. 그러나 뼈를 깎는 고통끝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가스공사는 10본부 34처로 되어 있던 조직 가운데 5본부 10처를 폐지했다.
전체인원의 15.8%에 해당하는 457명이 감축됐고, 남은 직원들은 솔선해 급여의 일부를 회사에 반납하는 응집력을 보여줬다. 사장은 월급의 50%를, 직원들은 20%를 자진 반납했다. 건설사업 규모도 절반이상 축소했다. 이렇게 해서 절감한 돈이 무려 1,000억원을 넘는다.
이상엽(李相燁) 경영혁신팀장은 『지금까지의 경영혁신이 과제 중심이었다면 앞으로의 개혁은 전직원이 참여하는 질적 향상 프로그램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최고경영자(CEO) 잭 웰치는 직원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강력한 리스트럭처링(기업재구축)과 다운사이징(감량경영)을 도입해 꺼져가는 회사의 불씨를 살려냈다. 가스공사의 경영혁신은 앞으로 GE사의 그것과 흡사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또 그 결과는 KOGAS 6.5.4로 나타날 것이다. 2000년에 매출액 6조를 달성하고, 세계 5위의 가스회사, 국내 4위의 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박동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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