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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송
입력1999-03-29 00:00:00
수정
1999.03.29 00:00:00
기상예측을 뒤엎고 겨울이 겨울답지않게 푸근해 봄이 빨랐고 따라서 식수기의 폭도 넓어졌다. 그런 요즘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참으로 한심한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조경수로 팔아먹기 위해 100년은 실히 묵었음직한 소나무들을 마구 파간 현장이었다. 산 임자와 관계당국 그리고 조경업자간에 손발이 척척맞아 산 하나가 완전히 시뻘건 민둥산으로 황폐해진 것이다.따지고보면 그곳뿐만이 아니다. 골프장을 만든다고 곳곳에 그 지경을 만든곳은 또 얼마나 많은가. 괴상한 행정으로 수종을 개량한답시고 재래종의 귀한 소나무를 남벌해댔고 솔잎혹파리며 산불따위로 이제 까딱하면 소나무가 멸종될지도 모를 일이다.
소나무는 예로부터 우리에게 있어 그야말로 보배로운 나무였다. 우선 음식에도 중요한 나무였다. 한가위에 빚는 송편이 그렇고 송죽이라하여 솔잎을 짓찧어 병과 건강을 다스리는 양생방으로, 고승들처럼 곡식을 대신한 벽곡방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또 솔잎으로 빚는 송엽주, 솔방울로 담는 송실주, 소나무 새순으로 담는 송순주, 소나무 뿌리를 넣어 빚는 송하주등 약술도 가지가지였다. 그러나 이런 음식들보다 소나무는 우리의 정신적 지주가 되는 나무여서 보배로운 것이었다.
「세한삼우」라 하여 대나무, 매화에 앞서 손꼽힌 것이 바로 소나무다. 저 유명한 추사의 「세한도」는 그가 제주도에 유배됐을 당시, 조금도 변함없이 자기를 지극하게 생각한 제자 이상적에 감동하여 소나무를 그려준 그림이다. 송강도 소나무를 칭송한 가사를 남겼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겠다.
어쨌든 한겨울에도 소나무의 그 청청함을 만취, 솔과 잣나무처럼 사철 변치않는 뜻이 굳은 절조를 송백조라 일컬었다. 소나무 송자가 나무에 작위를 붙인 것도 다 그런 까닭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선조들은 누구나 소나무를 귀히 여겨왔다. 송계·송금·송속등의 낱말이 그 증거이다. 송계는 소나무를 잘 가꾸고 보호하기 위한 계였고송금은 소나무 베는 것을 금하는 법령이었으며 송속은 그 법을 어긴 자에게 물리는 벌금이었다. 그런데 세한삼우·만취·송백조 등으로 비유·상징되는 소나무같은 절조를 지키려는 이들이 자꾸만 줄어들어서인지 요즘은 소나무를 귀히 여기는 사람들이 드물어졌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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