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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명절 한가위라지만 주부들의 고민은 깊다. 경기불황으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데다 장바구니 물가는 크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햅쌀로 빚은 송편과 햇과일은 물론 각종 전과 탕 등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준비해야 해 말 그대로 '손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란 말이 절로 나온다. 옛 말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도 있으나 실상 주부들에게 추석은 일년 중 가장 마음이 편치 않은 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말 그대로 준비할 음식은 많고 재료 값은 올라 주머니 사정은 어려워지는 시기다. 그렇다고 조상을 모시는 차례상을 부족하게 차릴 수는 없는 법. 한가위 차례상 고민에 잠 못 이루는 주부들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좋은 제수용품으로 차례상을 잘 차리는 법을 소개한다.
◇좋은 재료가 차례상의 '기본'=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는 제수용품 마련이다. 조상을 모시는 차례인 만큼 여러 종류의 좋은 재료를 골라야 하는 주부들의 부담도 만만찮다.
차례상 재료 가운데 꼼꼼히 살펴야 하는 재료 가운데 하나는 생선이다. 최근 폭염 등으로 무엇보다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신선도로 눈과 아가미, 배의 상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생선의 경우 눈알이 맑고 선명하며 앞으로 볼록 튀어나와 있어야 하고 배를 눌렀을 때 팽팽하고 탄력이 있는 게 싱싱한 제품이다. 아가미는 암적색이 아닌 선명한 선홍색을 띄고 있어야 한다. 물이 많이 나오는 것은 한번 냉동했던 상품일 가능성이 높은만큼 구입 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굴비는 비늘이 고르게 촘촘히 박혀있고 몸통에 비해 머리 부분이 작고 또 배 부분이 노란색인 게 좋다. 유독 원산지 관련 시비가 많은 조기를 고를 때는 몸 전체가 붉은색으로 몸통이 두툼하고 길이가 짧은 것이 국내산이다. 반면 비닐이 거칠고 유난히 몸에 광택이 많다면 수입산일 가능성이 높아 구입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소고기의 경우 절단면의 색이 밝고 윤기가 나면 안심하고 구입해도 된다. 국산의 경우 덩어리 형태도 다양하고 등심은 자른 면에 떡심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외국산은 타원형에 떡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소갈비는 지방이 흰색이고 짝갈비(덩어리) 형태로 팔리는 게 국산이다
나물도 국산과 외국산을 구별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국산 도라지는 길이가 짧고 가늘며 동그랗게 말리는 성질이 약한 게 특징. 잔뿌리가 비교적 많이 붙어 있고 원뿌리도 2~3개 정도만 갈라져 있는 점도 외국산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국산 고사리의 경우 연한 갈색에 너무 길지도 굵지도 않다. 손으로 뜯기 때문에 줄기 아랫부분의 단면이 불규칙하고 줄기 윗 부분에 잎이 많이 붙은 것을 찾으면 된다. 과일 가운데 배는 맑고 선명한 황갈색에 윤기가 나야 품질이 좋으며 배 특유의 점 무늬 크기가 크고 꼭지 부분이 없어야 맛이 뛰어나다.
사과는 껍질에 탄력이 느껴지고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맑은 소리가 나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전면에 골고루 붉은 빛을 띠고 냄새를 맡았을 때 향긋한 것이 좋은 품질의 사과다. 햇단감은 크기가 클수록 좋다. 다만 표면에 굴곡이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밤은 국산이 개량종으로 알이 굵고 윤기가 나며 껍질이 깨끗한 것을 골라야 한다.
◇차례상의 기본은 '어동육서''홍동백서'=차례상 차리기의 기본은 정해진 원칙을 따르는 것이다. 기본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도 원칙이다. 하지만 복잡한 듯 보이는 원칙도 한번 제대로 잘 알아둔다면 의외로 쉽게 차례상을 준비할 수 있다.
신위의 자리는 북쪽, 제주가 절을 하는 자리를 남쪽으로 하는 게 원칙이다. 이를 기준으로 제주가 바라봤을 때 신위의 오른쪽을 동쪽, 왼쪽을 서쪽으로 하고 원칙에 따라 차례상을 차려야 한다.
제주와 가장 멀리 있는 곳을 1열로 삼고 음식을 5열로 차려야 한다. 1열에는 메와 갱, 2열에는 적과 전, 3열은 탕, 4열은 포와 나물, 5열에는 과일을 두는 게 원칙이다. 제1열에는 밥과 잔을 반서갱동(飯西羹東)에 맞춰 차려야 한다. 즉 상을 차리는 사람이 봤을 때 밥과 술은 왼쪽, 오른쪽에는 국을 놓는다. 시접(수저그릇)은 가운데 두면 된다. 2열에는 세 가지의 적과 전을 어동육서(魚東肉西)에 맞춰 어류는 동쪽에, 육류는 서쪽에 놓아야 한다. 생선적의 경우 음양오행설에 따라 머리는 소생과 부흥을 뜻하는 오른쪽(동쪽), 꼬리는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는 왼쪽(서쪽)으로 두는 게 원칙이다. 두부와 채소로 만든 소적은 가장 우측에 차린다. 제3열에 올라가는 탕의 수는 1ㆍ3ㆍ5개의 홀수로 맞춘다. 일반적으로 육탕(육류류), 소탕(두부, 채소류탕), 어탕(어류탕)을 만드는데 건더기만 건져 수북하게 담아야 한다. 5탕을 한다면 봉탕(닭ㆍ오리)과 잡탕을 더한다.
포와 나물을 놓은 4열은 좌포우혜(左脯右醯)를 원칙으로 북어와 대구, 오징어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에 둔다. 어포의 경우 생선은 아래로 와야 하며 나물과 간장은 가운데 차린다. 나물은 생동숙서(生東熟西)에 맞춰 왼쪽에는 김치를, 오른 쪽에는 익힌 나물을 놓는다. 순서는 왼쪽부터 콩나물, 숙주나물, 무나물, 고사리, 도라지다. 김치는 나박김치만 쓰는 게 원칙이다. 마지막 5열은 과일과 약과, 강정을 둔다. 이때 과일은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로 올려야 한다. 과일을 제기에 올릴 때는 위 아래 부분만 살짝 깎아놓아 조상들이 드시기 편하게 둔다. 이 때 조율이시(棗栗梨枾)와 홍동백서(紅東白西)를 지켜 왼쪽부터 대추와 밤, 배, 곶감, 약과와 강정 순으로 차린다. 사과와 같은 붉은 과일은 동쪽, 배 등 흰 과일을 서쪽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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