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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민생은행과 상반기 전략적 제휴… 해외 네트워크 확대

■ 취임 1주년 맞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br>외환은행 터키·페루지점 신설등해외망 대폭 확충<br>해외자산비중 2015년까지 10%까지 높이기로



"최근 들어 당국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미 내부 조직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금융지주 회장 교체설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A금융사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 등 선진 금융을 도입한다는 명분으로 한국 금융시장에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다. 그럼에도 허약한 지배구조와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되는 수장 물갈이설로 좌표 없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한국 금융사들의 현주소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계 안팎의 지적에서 자유로운 그룹이 있다. 바로 김정태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지주다. 김 회장 취임 1주년 디데이(26일) 직전일인 25일 아침 8시. 서울 을지로 소재 하나금융그룹 본사 로비에 수십명의 젊은 직원들이 일렬로 도열해 있었다. 출근길의 김 회장을 축하하는 1주년 깜짝 기념 이벤트로 이어서 조촐한 축하 케이크 행사도 열렸다.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각 부서 직원들이 이심전심으로 김 회장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 보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취임 이후 줄곧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며 몸소 실천해온 김 회장의 '행복과 건강 경영' 철학이 금융그룹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면적 사건이다. 김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건강한 임직원 개인이 건강한 금융을 통해 우리 사회를 모두 함께 건강한 사회로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승유의 빈 자리 컸지만…연착륙 완벽 성공=김 회장의 집무실 팻말은 'Joy Together'다. 김 회장의 이름 이니셜 JT를 딴 것으로 직원과 격의 없는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취임 이후 10개 관계사, 1,000여명의 임직원이 '건강한 소통! 하나금융스타일'을 주제로 개최한 댄스페스티벌이 대표적 예다.

사실 한국 금융계 대부인 김승유 전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물려받은 지난해 3월만 해도 김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1992년 하나은행 창립 멤버로 입행한 김 회장은 중소기업부장, 가계 영업점 총괄 본부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은행장 등 야전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뱅커로 2대 지주 회장을 맡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취임 시기는 하나금융 역사상 최대 변곡점이 될 수 있는 외환은행 인수합병건과 맞물려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 금융지주 도약의 최대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걱정은 점차 기대로 바뀌어가고 있다.

단순히 외환은행과의 합병으로 자산이나 순익면에서 국내 수위를 다투는 금융사로 거듭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을 합병, 총자산이 349조원(2012년 말 기준)이 되면서 만년 4대 금융지주 꼴찌에서 벗어나 금융그룹 수위를 다투는 선두그룹이 됐다. 지난해 당기순익도 1조6,024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외환은행 고토 회복 본격 추진=김 회장의 시선은 이제 양적 성장을 벗어나 질적 도약에 맞춰져 있다. 일각에서는 외환은행과의 합병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외환은행을 새 식구로 맞이하면서 해외 네트워크 확대 등 금융그룹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회장은 "론스타 시절에 미래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해외 신규 투자가 전면 중단되면서 외환업무 등 외환은행 특유의 국제 경쟁력이 훼손됐다"며 "외환은행 임직원들이 100%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ㆍ교육 등 미래 투자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외환은행의 터키ㆍ페루 지점을 신설하고 마닐라 지점 신규 증설, 론스타 소유 때 없어졌던 미국 지점 복원 등 해외 네트워크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해외역량 강화 등 외환은행 본연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면 하나금융 직원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 외환은행 임직원의 마음을 사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상반기 중 중국 민생은행과 전략적 제휴 추진=하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도 대폭 강화한다. 그는 "중국ㆍ인도네시아 등지에서의 해외 신규 지점 개설 등 자체 네트워크 확대와 함께 해외 굴지 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의 여건과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반기 중에 중국 카드시장 진출 기반 마련 등 해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굴지 민영은행인 민생은행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이에 앞서 중국 최대 민영은행인 초상은행과 2011년 소매금융 파트에서의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거대 시장인 중국계 은행과의 업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지속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것이 절대 과제가 됐다"며 "현재 각각 7%대인 해외 자산비중과 이익비중을 2015년까지 10%, 15%로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외환과의 화합적 결합 성공 희망 보여=인수 움직임이 시작될 때부터 사사건건 하나금융에 태클을 걸고 나섰던 외환은행과의 갈등이 잦아들고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결실도 나타나고 있다. 그 첫 단추는 이달 초 단행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주식 교환.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 후에 남아 있던 잔여 지분 40%를 주식교환 방식으로 마저 인수, 하나금융지주의 자본건전성을 대폭 제고하는 것은 물론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극렬한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는 당초 우려와 달리 양사 주식교환을 위한 주총은 무난하게 진행됐다. 김 회장이 주식합병을 전후해 인수 후에도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지난해 '2ㆍ17 합의서'의 이행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데다 '우리는 하나'라는 감성 경영이 외환은행 임직원들에 시나브로 공감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지주사 지배구조의 안정적인 정착을 통해 내실 성장 기반을 다져가며 미래 금융사의 롤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ㆍ관계의 외풍에 시달리지 않고 후계 지배구도를 둘러싼 내홍에도 휩싸이지 않는 모범적 지주사 구도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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