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비료업체 남해화학이 직원의 횡령ㆍ배임 비리 때문에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남해화학은 직원 조봉제씨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430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고 밝혔다. 이는 남해화학 자기자본의 11.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6월 K에너지 대표가 은행에서 발급받은 지급보증서가 가짜임을 알고도 이를 담보로 400억여원가량의 휘발유ㆍ경유 등 석유제품을 이 회사에 공급해 2억6,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현재 남해화학에서 유류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남해화학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기 위해 이날부터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남해화학이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는 예단할 수 없다"며 "현재 남해화학 측에 재무와 경영 자료를 포함한 회사 내부 자료를 요청한 상태이며 조만간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이 될지 결론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남해화학은 코스피200지수 편입 종목으로 시가총액이 5,000억원에 이르는데 배임ㆍ횡령금액이 400억원이 넘어 규모가 큰 편"이라며 "투자전략팀 회계사들에 문의한 결과 배임ㆍ횡령에 따른 부도나 감사의견 거절 수준의 금액은 아닌 듯 보이지만 관리 종목 지정이 유력해 보이고 이에 따라 남해화학은 코스피200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국내 증시에서는 남해화학을 비롯해 상장사들의 횡령ㆍ배임 건수가 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발생한 횡령ㆍ배임 사건은 25건으로 지난해 전체 건수(26건)에 육박하고 있다. 횡령 규모도 유가증권시장이 7,797억원, 코스닥시장은 627억원으로 8,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실제로 남해화학의 최대 주주는 농협경제지주(6월 말 기준)로 56%의 지분(2,782만149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40.52%(2,012만8,546주)를 소액주주 2만8,709명이 나눠 들고 있어 남해화학이 횡령ㆍ배임 혐의로 상장폐지가 현실화 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의 횡령ㆍ배임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은 "횡령ㆍ배임은 회사 내부에서 몰래 진행되기 때문에 감독당국이 사전에 적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고 금융당국도 임직원의 불법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내부 감시 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상장사의 실적뿐만 아니라 내부정보에 대한 탐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들이 상장사 리포트를 쓸 때 기업 실적이나 사업 전망 등에 대해서만 주로 언급한다"며 "기업의 지배구조나 임직원의 횡령ㆍ배임 혐의 등 내부정보를 미리 파악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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