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회, 첫 티샷, 그리고 순위표 첫 줄. '한국산 탱크'의 시동음이 어느 때보다 경쾌하다. 최경주(37ㆍ나이키골프)가 5일(이하 한국시간)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골프장(파73ㆍ7,411야드)에서 열린 미국 PGA투어 2007시즌 개막전 메르세데스벤츠챔피언십 첫날 4언더파 69타를 쳐 공동선두에 나섰다. 지난해 챔피언 34명만 출전한 가운데 역사적인 시즌 첫 티샷의 주인공이 된 최경주는 이로써 새해 첫 대회에서 우승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비제이 싱(피지)과 스티븐 에임스(캐나다), 브렛 웨트릭, 윌 매켄지(이상 미국) 등이 함께 선두로 출발했다. 강훈으로 시즌을 준비한 최경주는 이날 강풍 속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지난 시즌 도중 코치인 스티브 밴(호주)과 함께 스윙 개조에 착수했던 그는 팔 위주에서 몸통과 큰 근육을 활용하는 스윙을 구사하면서 샷이 한결 강력해졌다. 특히 아이언 샷의 그린적중률은 88.9%에 달했다. 바탕에는 스튜어트 애플비(호주)를 지도했던 밴 코치가 "믿기지 않는 수준"이라며 혀를 내둘렀던 성실성이 있었다. 보기 2개를 기록했지만 6개의 버디를 뽑아내며 산뜻하게 끝낸 첫날이었다. 7번(파4), 8번(파3), 9번홀(파5) 줄버디를 엮어냈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는 세컨드 샷을 그린 근처까지 보낸 뒤 웨지 샷을 1m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보탰다. 최경주는 "1,000만달러가 걸린 페덱스컵 도입으로 의미가 커진 시즌 첫 라운드를 잘 치러 기쁘다"면서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평소 훈련하는 텍사스에서 바람에 익숙해진 덕에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고 말했다 챔피언들의 대결인 만큼 치열한 우승경쟁이 예고됐다. 상위권에는 공동선두 싱을 비롯해 데이비스 러브3세가 3언더파로 6위, 세계랭킹 2위 짐 퓨릭과 지난해 신인왕 트레버 이멜만이 2언더파 공동7위에 오르는 등 강호들이 포진했다. 대회 사상 첫 4연패에 도전하는 '개막전의 사나이' 애플비는 이븐파로 애덤 스콧 등과 함께 공동13위에 자리했다. 한편 최경주는 시즌 개막에 앞서 선행의 '굿 샷'도 날렸다. 최경주는 지난 4일 신한 인피니티카드 모델료 2,000만원과 지난 1년간 PGA투어에서 버디를 기록할 때마다 적립한 668만원을 합친 2,668만원을 사단법인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 전달했다. 지난 97년부터 그는 모두 2억9,000여만원에 이르는 성금을 기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