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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시절 그 무대의 향수

설맞이 '단장의 미아리고개' '모정의 세월' 공연해마다 명절 무렵 무대에 올라 50대 이상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셔 온 악극과 신파극이 올해 설날에도 어김없이 공연된다. 본래 악극은 대중음악을 수용한 음악극으로 1930~50년대 절정기를 맞았던 극장르이며 신파극은 20세기 초 일본에서 유입된 연극 양식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4ㆍ50대 이상의 관객들을 겨냥, 굴곡진 시대를 살아온 개인적 한과 이를 정화시킬 그 시절 음악 등을 채용해 주제와 정서, 양식이 하나로 모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올해 공연되는 작품은 악극 '단장의 미아리 고개'와 신파극을 표방한 '모정의 세월'. 극단 가교와 SBS가 주최하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는 한국전쟁과 이산의 상흔을 소재로 최주봉 박인환 윤문식 김성녀 우상민 권소정 등 낯익은 배우를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극단 현대극장의 김덕남 예술감독이 연출로, 서민 정서에 기반한 작품들로 주목받아 온 극작가 김태수가 극작으로 참여했다. 93년 '번지없는 주막'을 시작으로 거의 매해 악극을 무대에 올려 온 극단측의 노하우가 최대 강점. 전쟁통에 남편과 생이별한 돌산댁이 홀로 네 자식을 키우며 신산한 고초를 겪지만 결국 평생 소원이던 남편과의 재회를 이룬 뒤 편안히 눈을 감는다는 내용이다. 반야월 작사, 이재호 작곡의 '단장의 미아리 고개'가 테마곡으로 쓰이며 '감격시대' '황성옛터' '선창' '열아홉 순정' 등 친숙한 선율이 중간중간 삽입된다. 2월 8~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평일 오후4시ㆍ7시30분, 토ㆍ일ㆍ공휴일 오후3시ㆍ6시 30분, 월요일 공연없음. (02)369-1571, 한편 극단 광장과 MBC가 주최하는 '모정의 세월'은 양자로 보내 검사가 된 큰아들 앞에서 재판을 받게 된 어머니 박씨의 기구한 운명을 다룬다. 남편과 사별한 박씨가 가난 때문에 큰아들을 양자로 보낸 뒤 깡패가 된 둘째 아들을 구하기 위해 조직 보스를 죽여 큰 아들과 법정에서 만나게 되는 내용이다. 조문진이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했던 영화 '두 아들'을 원작으로 극작가 김지일이 대본을 재구성했다. 연출은 문석봉 극단 광장 대표. 정애리 이덕화 최종원 나현희 배일집 등이 출연한다. 작품 제목과 동명의 가요를 발표한 한세일이 공연 초반에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를 들려주며 '봄날은 간다' '이별의 부산 정거장' '서울야곡' '불효자는 웁니다' '맨발의 청춘' 등 잘 알려진 대중가요가 뒤따른다. 2월 1~1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화~토요일 오후3시ㆍ7시, 일요일 오후2시ㆍ6시, (02)368- 1616. 이들 작품은 예술적 고민 없이 통속적인 스토리에 유행가를 더해 관객의 누선만을 자극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구미에 맞는 문화상품이 거의 없었던 중장년 이상 관객을 '향수'를 주무기로 해 공연장으로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것만은 사실이다. 상업성에 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극단 가교와 SBS가 9년, MBC가 5년째 공연에 나설 정도의 정기적인 상품코드가 된 셈. 뜻하지 않은 '암초'였던 IMF 구제금융 시대는 이러한 형태의 공연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부모님들을 모시고 온 '효도용 관객'이 많은 것도 관객층의 한 형태다. 노령의 부모님들은 물론, 모시고 온 이들조차 울고 나간다는 게 공연을 만든 제작진들의 시각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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