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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 분야 선도… "세계적 연구소 도약"

정부 출연硏 첫 해외진출 KIST 유럽연구소 가보니…<br>논문 수 급증·기술 사업화등 설립 15년만에 '꽃망울'<br>헬스케어·유비쿼터스 시대 맞아 차세대 유망분야로 꼽혀<br>"기업 자문등 수입 늘려 재정 확대… 국제협력도 강화"

남창훈(앞쪽) KIST 유럽연구소 융합생명공학그룹장이 연구원들과 함께 질병치료를 위한 진단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KIST 유럽연구소

"아이폰이 나오면서 세상이 크게 바뀐 것처럼 랩온어칩(LOC)도 다양한 분야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입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독일 자를란트주 자르브뤼켄시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럽연구소에는 '제2회 LOC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교수와 연구원 등 LOC 분야 전문가 15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 앞에 선 안드레아스 만츠 KIST 유럽연구소 연구개발담당소장은 "LOC은 질병 진단, 화학물질 분석 등 다양한 곳에 쓸 수 있다"면서 "한국이 이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데 KIST 유럽연구소가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LOC는 손톱 크기만 한 칩에 회로를 그린 장치로 모든 실험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칩 위의 연구실'이라 불린다. 가령 칩 위에 혈액이나 타액(침) 등을 올려놓으면 자신의 건강상태가 어떤지 알려준다. 최근 헬스케어 산업의 급격한 성장과 유비쿼터스 시대를 맞아 매우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시장성이 큰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현재 LOC 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며 그 다음이 한국이다. 서갑양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영국화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랩온어칩'에 게재된 한국 논문 수가 2~3위권"이라고 말했다. 이 중 많은 수가 KIST 유럽연구소와 한국 대학이 공동연구한 결과물이다. 만츠 소장은 "전세계에서 LOC를 연구하는 연구소가 1,000개도 넘지만 KIST 유럽연구소는 그중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1996년 독일 자를란트대의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한 KIST 유럽연구소는 15년이 된 지금 번듯한 연구건물 2개 동을 사용하며 50여명이 근무하는 연구소로 규모가 커졌다. 국내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해외에 진출한 유일한 사례로 유럽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것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에는 독일 3대 명문 공대로 꼽히는 칼스루에공대(KIT)와 연구협약을 맺고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볼커 자일레 KIT 과학담당 최고경영자는 "KIST 유럽연구소는 KIT의 전략적 파트너 5곳 중 한 곳"이라며 "두 기관 간 협력을 통해 생명공학기술(BT)과 로봇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설립 초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제대로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꺾일 위기에 처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이제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다. 2006년까지 10년간 발표한 논문 수가 8편에 불과했지만 2007~2010년에는 총 56편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기술사업화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올 4월에는 16만유로(약 2억5,600만원) 규모의 독일연방정부의 연구과제를 수주하는 한편 최근에는 척추에 염증이 생기는 척추염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 국내의 한 바이오 벤처기업에 1억원의 선급기술료를 받고 기술이전을 했다. 김광호 KIST 유럽연구소장은 "설립 이후 10년간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시간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3~4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연구원들 사이에서 이제 해볼 만하다는 의욕이 충만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KIST 유럽연구소가 막스플랑크∙프라운호퍼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즐비한 독일 내에서 유효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한 것이 재정문제다. 올해 예산 77억원 중 58억원이 정부 출연금이다. 자체 수입은 20억원이 채 안 된다. 특히 지난 3년간 국내 연구개발(R&D) 예산은 꾸준히 늘었지만 이곳 예산은 3년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내년 예산도 동결된 탓에 10억원이 넘는 실험장비도 KIST의 사업예산으로 충당해야만 했다. KIST 유럽연구소가 비약적인 도약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규모는 1,000만유로(약 160억원) 정도. 이 정도 예산이면 연구원 수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00명으로 늘릴 수 있다. 김 소장은 "유럽시장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에 유럽 신(新) 화학물질관리규정(REACH)에 관한 자문 등을 하며 재정적인 홀로서기도 꾀하고 있다"면서 "외부 과제수탁을 늘려 자체 수입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IST 유럽연구소는 내년 중으로 폐질환 진단용 호흡 분석기기를 개발하고 오는 2014년까지 휴대용 유전자 증폭기술(PCR) 장비 등 첨단 의료진단기기를 개발하는 한편 국제협력을 강화해 설립 20주년이 되는 2016년에는 프라운호퍼연구소 수준의 수월성을 지닌 연구소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LOC 국제 콘퍼런스를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피터 하우프트먼 자를란트주정부 경제과학담당 차관은 "KIST가 유럽에 연구소를 낸 것은 큰 도전이며 유럽 내 연구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KIST 유럽연구소가 한국 기술을 유럽 기업에 소개하고 유럽 기술을 한국 기업에 알리는 쌍방향 소통의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랩온어칩(Lab On a Chip)=말 그대로 칩 하나에 실험실을 올려놓았다는 것으로 바이오칩(Biochip)의 일종이다. 손톱만한 크기의 칩으로 실험실에서 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차세대 바이오칩이다. 각종 암을 진단하거나 혈액 내 혈구의 개수를 셀 수 있어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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