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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SK글로벌 법정관리 신청 배경
입력2003-05-28 00:00:00
수정
2003.05.28 00:00:00
조의준 기자
채권단이 결국 `SK글로벌 법정관리`라는 초강수를 택했다. 이어 채권단은 30일 선고공판을 앞둔 최태원 회장에 대해서도 `SK그룹 사태의 책임을 물어 엄벌해 달라` 고 법원에 건의했다.
채권단과 SK그룹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막판까지 대치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SK측은 채권단의 법정관리 결정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법정관리 신청까지 2~3일이 소요돼 그 사이 새로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어느쪽으로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SK글로벌 뿐 아니라 재계 3위 SK그룹의 운명이 달라지게 된다.
◇채권단 법정관리 강행방침= 채권단은 법정관리 강행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지난 27일로 제시했던 추가자구안 제출시한을 28일로 연장해 줬던 만큼 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다는 것이다. 또 SK측에서 1조원의 출자전환을 못하는 대신 SK글로벌의 연간 수익을 5,400억원으로 늘려주겠다는 최종제안을 했지만 이마저도 검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채권단이 글로벌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최 회장이 담보로 맡긴 SK계열사 주식의 전량 매각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C&C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다”며 “SKC&C지분도 최 회장에 통보만 하면 즉시 매각 가능하다”고 말했다.
◇협상결렬 배경= SK글로벌 사태가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나가게 된 것은 국내외의 변화된 정치ㆍ경제요건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검찰의 SK그룹 압수수색으로 촉발된 SK사태가 SK그룹 해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1조5,000억원 대의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 3월 검찰 수사에 의해 밝혀졌을 때도 정부와 SK그룹이 곧 수습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는 현대상선의 대북송금 의혹과 카드채로 인한 관치 금융논란 등으로 인해 SK사태 해결에 끼어들 수 있는 명분을 얻지 못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도 28일 “SK사태는 국내외 채권단과 SK그룹 등 당사자들의 협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밝혀 정부의 개입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SK그룹측에서도 오너의 경영권이 걸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사태해결의 핵심이 돼야 할 SK㈜ 역시 최근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한 소버린 자산운용이 경영에 대한 본격적인 간섭에 나서면서 운신의 폭을 줄여야 했다.
또 일부 사외이사들도 SK글로벌에 대해 1조원 이상의 무리한 출자전환에 나설 경우 주주들이 제기할 책임소송문제에 걸려 채권단이 요구한 자구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K `최종담판`남았다= 채권단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SK측은 다음주까지도 협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SK㈜는 28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각 이사들에게 지원범위에 따라 SK가 받게될 영향을 분석한 방대한 자료를 배포하고, 이번주까지 이사진의 생각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SK㈜의 한 사외이사는 “자료가 너무 많아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며 채권단의 제안을 거부한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특히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사내이사인 황두열 부회장과 김창근 사장, 유정준 재무담당최고임원(CFOㆍ전무) 등이 상반된 입장으로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SK㈜ 관계자는 “유 전무는 CFO로서 출자전환 규모를 늘리는데 강경하게 반대하며 4,000억원 안팎을 주장했으나 황 부회장과 김 사장은 글로벌 청산 시 SK㈜가 입게 될 유무형의 손실을 감안해 출자전환 규모를 확대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혀 최고경영진의 입장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채권단의 법정관리 추진이 SK측의 입장 변화로 번복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뜻이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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