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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오솔길따라 가을은 깊어가고…
입력2002-09-26 00:00:00
수정
2002.09.26 00:00:00
충주 하늘재
하늘언덕을 걷고 있다. 바람은 완연한 가을이다. 바람에 코스모스가 춤추고 발걸음에 신명이 절로 난다.
숲 그늘 그윽한 오솔길엔 야생화가 만발했고, 꽃 향에 실려오는 산새소리는 더없이 정겹다. 코끝에 스치는 바람, 가녀린 나뭇잎의 떨림에 가을은 깊고, 마음 속엔 상념이 물결친다. 가을 한복판에 '하늘재'를 찾았다.
충북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와 경북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를 잇는 고개 하늘재는 여러모로 가을과 어울린다. 완만하고 아늑한 오솔길은 가을 사색을 즐기기 제격이고, 하늘재 아래 미륵리 절터엔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제철을 맞은 듯 감미롭다.
또한 지금 충주에서는 문화축제들이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특히 오늘부터 내달 3일까지 열리는 '세계무술축제'가 눈길을 끈다. 하늘 높은 가을, 충주의 하늘재로 떠나보자.
■ 하늘재는 사색의 산책길
하늘과 맞닿아 있다고 하늘재일까. 그러나 높이는 525m, 미륵사지에서 하늘재 정상까지 걷는 거리는 2km로 30~40분 남짓. 그리 높지도 험하지도 않다. '하늘재'는 아무래도 '미륵'과 '관음'이라는 지명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내세의 복락을 꿈꾸며 미륵불에 합장하고, 현세의 행복을 기원하며 관음불에 조아리는 민중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 길에 실려있다고 나름대로 추측해 본다. 미륵리와 관음리의 수많은 불상들과 석탑들이 이런 상상을 뒷받침한다.
새재ㆍ닷돈재ㆍ추풍령 등과 함께 백두대간에 걸쳐 있는 하늘재는 우리나라 최초로 뚫린 고갯길. 삼국사기에는 "신라 제 8대 아달라 왕(이사금)이 재위 3년(156년)에 북진을 위해 길을 열었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죽령 개척보다 2년 앞선다. 이 때 이름은 계립령. 이후 한강을 확보하려는 고구려ㆍ백제ㆍ신라의 하늘재를 둘러싼 다툼이 치열했다.
고구려 온달과 연개소문은 하늘재를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시도했고, 고려시대 '홍건적의 난'으로 공민왕이 몽진할 때도 이 길을 이용했으며, 마의태자는 신라 망국의 한을 품고 이 고개를 넘었다고 역사는 전한다.
한편 월악산국립공원 사무소는 하늘재 인근 만수계곡에 2km코스의 '자연관찰로'를 조성, 운영하고 있다. 월악산의 자연자원 탐방 학습장이다. 탐방로에서는 150여종 20만본의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고, 새와 물고기, 소나무ㆍ참나무 군락 등을 만날 수 있다.
■ 미륵사지, 고려초 절터
천년을 한결같이 북쪽을 응시한 채 우뚝 선 미륵불의 풍모가 당당하다. 발아래 불 밝힌 촛불과 과일ㆍ떡… 고단한 삶에 햇살이 비치기를 소망하는 소박한 민심들이 수북하다.
하늘재 아래의 미륵사지는 신라 말~고려 초에 창건된 것으로 보이는 옛 절터. 당간지주와 회랑 등의 흔적만으로도 그 규모가 매우 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찰로는 유일하게 북쪽을 향하고 있으며 지릅재와 하늘재 사이의 분지인 미륵리에 터를 잡고 있다.
미륵사지의 목조건물은 전란을 거치면서 모두 소실되었고 현재는 5층석탑(보물 제95호), 석불입상(보물 제96호)을 비롯해 석등(지방유형문화재 제19호), 3층석탑(지방문화재 제33호) 등이 남아있다.
미륵사지는 지난 1977년과 1979년 두 차례에 걸쳐 청주대학교 박물관의 발굴작업을 통해 일연스님이 거처했던 '미륵대원'으로 밝혀졌다.
■ 오늘부터 '세계무술축제'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충주에서 전세계 31개국 700여명의 무술인이 모여 무예를 선보이는 '세계무술축제'가 열린다. 지난해 2001문화관광부 지정축제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평가 결과 방문객 만족도 부문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한 '질 높은' 축제이다.
택견ㆍ뫄한머루ㆍ합기도 등 한국 전통무슬과 우슈(중국), 펜칵시라트(인도네시아), 카포에라(브라질) 등 다양한 무술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한국의 전통무술과 외국무술의 대결, 활쏘기ㆍ전통의상체험ㆍ무술배우기 등 행사가 다채롭다. 같은 기간 '악성' 우륵을 기념한 '우륵문화제'가 열린다. 축제 준비위원회 (043)850- 5165
충주= 글ㆍ사진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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