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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면 안되는 일 없어… 꼭 지점장 될래요"

고졸 예비행원들 당당한 입행기<br>동네지점 찾아 조언 듣고 인사법·옷차림새 배워<br>"날마다 신문 보고 공부… 자격증도 엄청 많아요"<br>"부모님이 대학 원했었는데 지금은 더 좋아하시죠"

기업은행의 하반기 채용에 합격한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 예비행원들이 9일 서울 을지로 2가 본점 로비에 모여 자신들의 입행기를 얘기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기업은행

9일 오후 서울 을지로2가의 기업은행 본점 7층. 교복 차림의 앳된 여고생 5명이 모였다. 기업은행은 이날 하반기 특성화고등학교 출신 45명을 신입 행원으로 채용했는데 이들 중 일부가 본점을 찾은 것이다. 회의실에 들어서니 모두 환하게 인사를 한다. 영락 없는 은행원이다. 전설경(인천세무고등학교) 학생은 "은행에 취업하려고 인사법은 물론이고 옷차림까지도 모의연습을 했는데 그것 때문이 아닐까 한다"며 깔깔 웃었다. 사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은행은 1순위 직장이다. 아니 바늘 구멍 뚫기와 마찬가지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은행 이미지가 좋기도 하지만 처우도 고졸자로서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좋은 탓이다. 예비행원들은 무엇보다 자신들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선생님께서 주특기를 살려 은행에 취업하는 게 나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제가 금융자격증이 엄청 많거든요. 부모님도 처음에는 대학에 가길 바라셨는데 지금은 더 좋아하세요." (김혜정ㆍ삼일상고) 이렇게 화려한(?) 입사의 길에 들어섰지만 입행까지의 과정은 참 험난했다. 한때는 고졸자가 은행 문턱을 넘는 것 자체가 막힌 적도 있었다. 그나마 최근에야 기회를 열어준다는 목적으로 일부 은행들이 고졸생을 뽑고 있지만 대학 문턱도 밟지 못한 아이들에게 은행은 범접하기 힘든 직장이었다. 대졸자들조차 은행은 입사가 힘든 곳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특성화고 한 곳에서 은행에 취직하는 학생은 전교에서 많아 봤자 두세 명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학교장 추천은 필수고 다양한 금융자격증도 기본 옵션이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있는 자만이 행원이 된다. "교장선생님 추천을 받으려고 부탁을 드렸어요. 그래서 추천을 받았고 매일같이 신문도 보고 자격증 공부도 했죠. 은행에 들어가고 싶어 동네 은행 지점에 찾아가 선배님들한테 조언도 구했어요. 경쟁의 연속이었죠(웃음)." (문서리ㆍ세그루패션디자인고) 고졸 예비행원들의 이러한 열정이 반영됐기 때문일까. 은행들은 올 들어 고졸채용의 문을 많이 넓혔다. 길도 비교적 다양해졌다. 기업은행의 경우 이번 하반기 특성화고 공채를 진행하면서 5명을 모 방송사 입사 프로그램인 '스카우트'를 통해 특별 채용했다. 처음에는 최종 우승자 1명만 채용하려 했지만 결선 진출자 5명을 모두 뽑았다. 은행 인사담당자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모두가 훌륭한 인재였다"고 설명했다. 힘들게 들어간 곳이어서 그럴까. 예비행원들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당혜미(천안여상) 학생은 "자신감이 없었으면 지원하지도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채용과정에서 개인별로 미션이 주어졌어요. 개인고객을 위한 금융상품을 개발하라는 것이었는데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죠. 궁리 끝에 만학도를 위한 특화상품의 아이디어를 제시했어요." 그의 표정에는 벌써 은행의 상품개발자가 된 듯한 모습이 배어 나왔다. 이들은 다음주부터 한달간 신입행원 연수를 받는다. 당연히 대졸 출신 동기들과 함께 한다. 오다름(경민여자정보고) 학생은 "대졸 출신과 나란히 연수를 받는다고 하니 더욱 의욕이 생긴다"며 "더 열심히 하자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없다. 더 열심히 해서 더 잘하는 행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부도 당차다. 문서리 학생의 머리에는 벌써 10년, 20년 후의 모습까지 담겨 있는 듯했다. "창구 텔러는 본점으로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 세상에 도전해서 안 될 일은 없잖아요. 그리고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지점장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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