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혼다 '올뉴 CR-V'
볼륨감 더해진 뒤태… 190마력 힘도 펄펄세단급 승차감·핸들링 부드러워 내비게이션 설치 불편해 아쉬움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혼다는 2008년 수입차 업계 최초로 연간 판매량이 1만대를 넘을 정도로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였다. 당시 혼다의 상승세를 이끈 주역은 CR-V다. CR-V는 국내에 출시된 이후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수입차 SUV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고, 2008년에는 승용차들을 제치고 수입차 전체 판매 3위까지 올랐다.
CR-V의 강점은 SUV와 세단의 장점만을 모았다는 것. SUV 최초로 승용차(혼다 시빅)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만들어 편안한 주행감을 자랑한다. SUV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도 포드 이스케이프, 토요타 RAV4 등 쟁쟁한 모델들과 경쟁하면서도 컴팩트 SUV 시장에서 줄곧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내에서도 폭스바겐 티구안, BMW X3, 짚 컴패스 등과 경쟁하고 있지만 낮고 안정된 차체에 정숙함, 승용차나 다름 없는 핸들링 반응 등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주춤했던 혼다의 반등을 새롭게 나온 올뉴 CR-V가 이끌고 있다. 이번 4세대 모델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역동성을 강조하도록 변했다. 그릴은 보다 날카롭게 변해 헤드램프까
지 이어진다. 뒷모습은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볼륨감을 더했다. 차체는 더
욱 낮아져 적재함에 짐을 싣는데 보다 편해졌다.
차량에 오르니 다른 일본차들과 다를 바 없이 단순한 구조다. 기어박스가 토요타 시에나, 현대차 카니발처럼 운전석 옆이 아닌 센터페시아 하단에 달린 것이 이채롭다. 다른 차량의 기어박스 자리에는 수납공간이 넓게 자리한다.
상단에는 5인치 컬러 모니터가 달려있어 평균 연비와 주행가능 거리 등 운전 정보를 보여주고, 주차 시에는 후방카메라를 지원한다. 아쉬운 점은 내비게이션 기능이 없다는 점.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추세인 시대에 적응이 쉽지 않다. 자체적으로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려 해도 전원 공급잭이 콘솔박스 안에 있어 설치에 불편함이 크다.
시동을 걸어봤다. 이미 성능에선 인정받은 2.4리터 iVTEC DOHC 엔진은 이전 모델보다 20마력 증가해 최고 190마력의 힘을 낸다. 고속에서도 정숙성을 잃지 않았고 급하게 치고 나갈 때도 힘이 달리지 않아 역시 '엔진의 혼다'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승차감은 말 그대로 세단이나 다름 없다. 핸들링도 편안하고 승차감도 안정적이다. 묵직함을 원하는 운전자에겐 다소 가벼운 핸들 움직임이 불만일 수 있겠지만 전 모델과 마찬가지로 여성 운전자들에겐 매력적인 요소가 될 듯 하다. CR-V를 타는 동안 도심뿐만 아니라 장거리 주행에서도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연비는 시승한 4륜구동 모델이 11.3㎞/ℓ, 2륜구동은 11.9㎞/ℓ다.
주행하는 기본 능력은 나무랄 데 없지만 무난한 외관에 밋밋한 인테리어는 CR-V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요소다. 하지만 가격을 감안한다면 럭셔리 SUV가 아니고 이만한 가격에 성능을 지닌 차량은 찾기 쉽지 않다. CR-V의 가격은 2륜구동 LX 모델이 3,270만원, 4WD EX 모델이 3,470만원, 최고급 4WD EX-L 모델이 3,6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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