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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스크린쿼터 축소 올해 마무리 되나] '찬성' 조희문 (상명대 교수·영화학) "개방해야 경쟁력 살아나"한국영화 점유율 40%대 美영화 시장독식은 '기우' [영화계 스크린쿼터 축소 올해 마무리 되나] '반대' “스크린쿼터는 더 이상 한국영화 보호제도의 기능을 잃은 채 상징성만 남았습니다. 언제까지 명분만 가지고 소모적인 논쟁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른바 ‘경제, 외교 관료’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스크린쿼터 축소론 속에서 ‘영화계’에서 이를 찬성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인 조희문 교수는 “영화도 전체 경제 구조 속에 포함돼 있는 요소 중 하나”라며 “무조건 반대만 외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축소 반대론자들에게 “상황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논리를 갖다 댄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스크린쿼터 문제가 불거지던 99년에 반대론자들은 한국영화 점유율이 40%가 넘고 확고한 영화진흥정책이 나오기 전까진 물러설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당시 40%는 달성할 수 없는 점유율이라 여기고 현실성 없는 마지노선을 정한 겁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2000년대 들어서 한국영화 점유율이 50%에 육박했고 정부에선 1,500억원의 영화진흥기금을 내놨습니다. 상황이 변하니 반대론자들은 안정적인 40%가 될 때까지 쿼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근데 이미 수 년간 우리 영화 점유율은 40%를 넘어 섰어요. 이제 그들은 문화영역 자체가 교역의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쿼터축소 반대 운동이 한국 영화를 위한 게 아닌 운동을 위한 운동이 돼 버린 겁니다.” 조 교수는 스크린쿼터를 “한국영화가 전혀 경쟁력 없이 미국영화만이 독주하는 상황에서 생겨난 논리”라며 “그러나 시장이 개방될수록 우리 영화의 경쟁력이 살아난다”는 주장을 폈다. “쿼터가 제정될 67년부터 직배가 허용된 88년까지는 미국 최고의 영화와 경쟁력이 낮은 한국 영화가 경쟁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영화시장 개방 이후 국내 관객들은 외국 영화 중에도 후진 영화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지금 시장에 못 들어오는 미국영화는 쿼터 때문이 아니라 상품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쿼터가 축소된다고 미국영화가 우리 시장을 휩쓸 거란 걱정은 기우에 불과합니다.” “쿼터를 지키는 게 이익이 있다면 축소를 찬성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 “영화 산업은 문화이기 때문에 단순히 자본만으로 승부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쿼터를 폐지한 뒤 자국 영화가 초토화된 몇몇 나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단계를 이미 뛰어 넘었어요. 미국문화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이들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우리 영화가 경쟁력을 갖춘 상황에서 쿼터는 이제 의미를 잃은 제도입니다.” 그는 스크린쿼터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모순으로 “한국영화의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미 한국영화는 다국적 기업과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배우와 감독이 우리나라 사람일 뿐 100% 홍콩 자본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슈렉’의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경우 CJ가 주요 지분을 갖고 있어요. 직배사 UIP가 한국에 제작사를 차려 영화를 만들면 범주 자체가 모호해집니다. 순수 혈통주의를 더 이상 내세울 수 없는 상황에서 스크린쿼터가 과연 무슨 영화를 보호해야 하는 겁니까?” 조 교수는 “여러 요소를 감안한다면 스크린쿼터는 90일 정도로 축소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해 6월 조정안 발표 후 문화관광부가 아무런 후속 대책을 내놓지 못하다 보니 상징성만 남은 쿼터 논란이 또 불거지고 있다”며 “결정권자가 확실한 입장만 정리한다면 의외로 올해는 간단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5-01-0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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