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한국호가 해외악재들로 완전히 포위된 형국이다. 그동안 무역 1조달러 달성(2011년)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중국 경제가 흔들리며 1위 교역지역인 대중 무역이 급감한데다 국제유가 하락까지 겹쳐 수출액이 곤두박질쳤다. 더구나 신흥국의 추격과 선진국과의 경쟁이 심화하며 한국 경제를 이끌던 주력 수출품목들도 일제히 힘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이 이달 또는 연내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신흥국 자금 이탈→금융불안→경기침체→수입감소'로 이어지며 신흥국 수출마저 줄어들어 수출 쇼크는 이번이 끝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이 급감한 배경은 복합적이다. 중국 경기 둔화가 첫 번째다, 올 들어 줄어들던 대중 수출은 톈진항 폭발 사고로 일부 제품의 수출 지연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최대폭(-8.8%)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주요 수출국 가운데 유일하게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 시장 수출마저 지난달(-4.4%) 고꾸라졌다. 엔화와 유로화 약세로 일본·유럽 업체가 가격경쟁력을 회복해 미국 자동차 수출이 지난달 9.6% 감소한 탓이다. 주요 수출 지역인 일본(-24.4%)과 EU(-20.8%), 중동(-19.2%), 중남미(-21.3%) 수출 역시 바닥을 치고 있다. 수출 전선 모든 지역이 휘청대는 상황이다.
주력 수출제품들의 성적은 더 암울하다. 지난달 13대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수출이 늘어난 제품은 무선통신기기(19.0%)와 반도체(4.7%)에 불과하다. 중국 등 경쟁국과 경합이 치열한 자동차(-9.1%)와 자동차부품(-15.9%), 철강(-17.4%), 섬유(-21.4%), 평판디스플레이(-6.8%) 등의 수출은 빠르게 줄고 있다.
수출 감소율 두자릿수 추락에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 내부에서도 '이 정도일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이 실적을 맞추기 위해 월말로 갈수록 수출을 늘리는 '월말효과'가 이례적으로 나타나지 않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톈진항 폭발에 따른 물류 차질과 광복절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단축 악재에다 11억달러어치의 선박 2척 인도가 지연된 게 결정타다. 저유가로 유전개발이 줄어들자 일부 국가가 인수를 늦추는 바람에 조선 수출이 무려 51.5% 줄었다. 다음달에도 일부 국가가 플랜트 인수를 늦추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월말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톈진항 폭발 같은 악재는 일시적이지만 저유가의 부정적 효과가 정유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조선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을 더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저유가로 정유·조선 부문에서만 감소한 수출액만도 41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1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추세라면 5년 만에 무역교역액이 1조달러 밑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월간 교역액이 870억달러 이상을 기록해야 1조 달러 달성이 가능지만 수출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외여건이 모두 개선된다고 해도 글로벌 경쟁심화와 혁신제품 부재로 수출경쟁력은 구조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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