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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량한 한국TGV/이은우·사회부(기자의 눈)

29일 프랑스 중서부의 라로셀항에 있는 GEC­알스톰 공장에서는 경부고속철도를 달릴 한국TGV 제1호 시제열차가 완성돼 모습을 드러냈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내년 4월께 우리나라에서 시범운행에 들어가야 할 이 열차는 99년 4월까지 한국이 아닌 프랑스의 국립철도 선로에서 성능을 시험받게 된다.다음달 완성될 2호 열차부터 12호열차까지는 내년 4월부터 99년까지 순차적으로 한국에 들여온다. 그러나 대당가격이 수십억원인 초특급 열차는 아직 위치마저 정해지지 않은 어느 모퉁이의 창고에서 기약도 없이 마냥 잠을 자야 한다. 운전면허증도 없이 고급차를 사놓고 차고 걱정부터 하는 꼴이다. 경부고속철도 공사는 부실설계 시공이 문제가 돼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시범구간만 하고 나머지 공사는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비싼 돈들여 만든 첨단열차를 창고에서 썩여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안타깝다 못해 희극적이다. 한국TGV 1호차가 모습을 드러내기 하루전날 건설교통부는 경부고속철도의 공기지연에 대비, 경부고속도로 일부구간 확장과 중부내륙 고속도로 건설 일정을 앞당길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부고속도로의 4개 구간 확장공사 등을 당초보다 1∼2년 앞당겨 2001년 이전에 마무리한다는 얘기다. 「꿩 아니면 닭」식의 발상인 듯하다. 차선의 대비책이나마 강구돼야 한다. 그러나 수십조원의 나라예산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정책당국자들의 안일한 발상이 문제다. 「적당히 떼우다보면 어떻게 되겠지」라는 식의 적당주의가 불러온게 고속철 부실시공인데 고속도로 조기착공도 그런 범주의 발상같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정부가 또 어떤 「훌륭한」 프로젝트를 내 놓을 지 걱정이 앞선다는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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