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스쿨 최종전 공동 26위로 통과 한국인으론 세번째 美그린 입성
마지막인 9번홀(파4). 위창수(32ㆍ미국명 찰리 위)의 버디 퍼트가 홀을 멀리 지나쳤다.
퀄리파잉(Q)스쿨 1차 지역예선 4라운드와 2차 지역예선 4라운드, 그리고 6라운드의 최종전까지 총 14라운드, 252홀을 숨가쁘게 달려온 그의 운명이 마지막 홀, 마지막 파 퍼팅 하나에 달려 있었다. 최종일 4타를 줄여 극적으로 합격 마지노선인 합계 7언더파를 이뤄냈지만 마지막 홀에서 최대의 고비를 맞게 된 것.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볼에 다가선 그는 침착하게 퍼터를 갖다 댔고 ‘25m처럼 느껴졌던 2.5m 퍼트’는 ‘딸깍’ 소리와 함께 홀에 떨어졌다.
위창수가 한국인 세번째 PGA투어 멤버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위창수는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퀸타의 PGA웨스트골프장 스타디움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 PGA투어 Q스쿨에서 공동26위를 차지, 35명에게 주어진 2005년 투어 전경기 출전권을 획득했다. 6라운드 합계성적은 7언더파 425(68-72-73-70-74-68)타.
이로써 ‘1호’ 최경주(34ㆍ슈페리어ㆍ테일러메이드)에 이어 지난해 나상욱(20ㆍ코오롱엘로드)의 가세로 ‘복수 멤버’ 시대를 맞은 한국골프는 내년 위창수까지 3명이 PGA투어에 입성하면서 코리안 파워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14명의 ‘새내기 합격자’에 당당히 포함된 위창수는 2005시즌 30여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공동53위까지 추락하며 ‘지옥’을 경험했던 위창수는 이날 첫 홀인 10번(파4)과 11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뽑아내며 희망을 되살렸다. 까다로운 13번홀(파3)에서도 1타를 줄인 위창수는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다시 위기를 맞았으나 후반 첫 홀인 1번홀(파4)과 8번홀(파5)에서 천금 같은 버디를 뽑아내 합격선 안으로 들어왔다.
위창수는 “힘든 과정 끝에 좋은 결과를 얻어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위기도 있었지만 언제든 내 실력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러브 3세를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누구를 좋아하는지는 의미가 없으며 루키로서 첫해에 한번은 우승을 하고 나를 새로운 모델로 만들어나가는 데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한편 브라이언 데이비스가 17언더파 415타로 수석 합격의 영예를 안았고 필립 프라이스, 딘 윌슨, 칼 폴슨, 그리고 PGA투어 통산 2승의 J.P. 헤이스도 투어 카드를 받았다. 관심을 모았던 ‘흑인 골퍼’ 팀 오닐은 합계 6언더파에 그쳐 1타차로 고배를 들었다.
프로 통산 국내 4승·亞투어 3승
■위창수는 누구
'세 번째 한국인 PGA투어 멤버' 위창수는 고교와 대학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가능성을 보였던 '실력파'.
초등학교 5학년 때이던 82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캘리포니아에서 살아온 위창수는 고교 재학 때인 90년 17세의 나이로 캘리포니아주 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대회 사상 두 번째로 어린 챔피언이 됐고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학에 다닐 때는 대학선수권대회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대학시절 미국 대학선수 가운데 위창수보다 시즌 평균 타수가 좋은 선수는 타이거 우즈와 스튜어트 싱크 등 2명 뿐이었을 정도.
인근에 살았던 펄 신(37)으로부터 골프를 배우기도 했던 그는 95년 프로로 전향해 PGA 2부투어에 뛰어 들었으며 97년부터는 아시아투어에서 활동했다.
아시아투어 데뷔 첫해 콸라룸푸르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고 2001년 아시아투어를 겸한 SK텔레콤오픈과 신한동해오픈 등 2승(상금랭킹 3위)을 올리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2002년 SK텔레콤오픈을 2연패했고 지난해부터 유럽과 일본, 아시아 등을 오가면서도 올해 포카리스웨트오픈 우승으로 국내 상금랭킹 2위를 차지하는 등 탄탄한 실력을 과시해왔다. 프로 통산 우승 기록은 국내 4승과 아시아투어 3승 등 7승.
유럽투어를 발판으로 PGA투어 진출을 모색했던 위창수는 올해 Q스쿨 응시를 결정, 10월 1차예선을 수석으로 통과한 데 이어 지난달 2차예선에서는 공동4위에 올랐고 이번 최종전을 통해 '꿈의 무대' 입성에 성공했다.
177㎝, 75㎏의 다부진 체격에 아이언 샷이 장기고 취미는 스키와 음악 감상이다. 7일 현재 세계랭킹은 28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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