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재계에서는 엘리엇이 합병을 무산시키지 못하더라도 각종 소송을 제기해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합병에 대한 찬성표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명분'을 상실한데다 소송전에 들어가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 삼성과 비밀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하면서 제시한 주식매수 청구가격은 주당 5만7,234원으로 현재 주가보다 10% 이상 낮기 때문이다. 삼성에 이 가격으로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것보다 시장에 내다 파는 게 더 이익이라는 뜻이다.
주총 결의 무효 소송 등을 내며 시간을 끌다가 적당한 시점에 보유지분을 팔아 차익을 내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엘리엇이 삼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기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원이 엘리엇의 주총소집 금지 가처분과 그 항고 등에서 내린 판단을 보면 합병비율과 주가조작 가능성 등 핵심쟁점에 대해 분명히 삼성의 손을 들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삼성 법무실 등에서도 엘리엇과의 소송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소송에서 승산이 없다면 전선을 해외로 옮겨 '투자자국가소송(ISD)'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엘리엇은 과거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ISD에 나선 전례가 있다. 다만 이번 합병은 정부 정책으로 인해 엘리엇이 차별을 당한 건으로 보기 어렵고 ISD 절차에 돌입하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부담도 있어 실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엘리엇 역시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SD는 소설과 같은 얘기"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엘리엇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삼성을 괴롭히다가 결국 삼성을 상대로 지분에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하는 딜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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