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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다이어트
입력1998-12-29 00:00:00
수정
1998.12.29 00:00:00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체중을 갑자기 무리하게 줄이다가 큰 일을 당한 사람의 얘기를 누구나 한두번은 들었을 것 같다. 듣는 사람마다 세상만사「갑자기 무리하게」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 마디씩 하겠지만, 당사자로서는 그렇게 되려고 했을 리 없다. 체중을 줄여야만 한다고 의사들이 겁주고, 주변 사람들이 성화를 하니까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듯하다. 체중이 조금씩 줄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상쾌하게 느껴지니까 홀가분한 마음으로 계속한 것이 어느날 자기도 모르게 한계를 넘어선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요즘은 먹으면서 살을 빼는 쪽으로 바뀌었다. 일본에서는「먹어야 살이 빠진다」는 스즈키 소노코식 다이어트가 대인기이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인데,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과 어떤 반찬을 먹느냐는 것이 키포인트가 된다. 다이어트라고 하면 으레 먹지 않아야 하는 것으로, 먹더라도 칼로리 관리에 바탕을 둔 금욕적인 식생활로 알고 있는 잘못된 상식부터 고쳐야 한다고 스즈키 소노코씨는 지적한다.
정부에서 강력하게 주도하는 재벌개혁과 기업구조조정을 다이어트에 비유해서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왕성한 식성으로 몸을 부풀려 왔다고 볼 수 있다. 식성은 기업 크기에 정비례 했다. 재벌들은 재벌급 식성으로 좋다는 것은 죄다 경쟁적으로 먹어치우는 판국처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IMF 사태로 반전되었다. 타의(他意)에 의해 먹고 싶은 것 못먹고 감량(減量)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군더더기 살만 뺐으면 하는 희망이겠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진짜로 빼고 싶은 아랫배의 지방질은 그대로 있고, 얼굴이 먼저 상해 어디 아프냐는 인사만 받던가, 몸에 꼭 필요한 단백질 부분에 축이 나서 몸을 망치기 일쑤이다. 더구나 남의 나라 사람의 적정체중을 제시하고, 그 숫자에 마추어 감량하라고 하면,「감량을 위한 감량」으로 몰아가는 것이 된다. 자기 몸은 자기가 제일 잘 아는 법이고, 모든 일은 순리(順理)로 풀어야 건강한 다이어트가 된다고 아무리 설명해야 통할 리가 없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5대 재벌의 구조조정계획이 청와대에서 확정된 뒤, 돈줄이 제법 풀리고 금리가 대폭 내리면서 그만하면 그냥 그대로 견뎌보자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소식이다. 재벌들의 경우도 말만 요란했지, 실제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이 차차 나온다. 대랑감원으로 종업원들만 쫓겨나고, 임금동결 내지는 삭감 이외에 본질적으로 전과 같다는 것이다. 비대한 몸을 줄이는 작업은 건강 관리일 뿐이다. 개혁이나 구조조정일 수 없다. 재벌의 속성으로 봐서 잠시 주춤한 것일뿐 언제 어떻게 다시 발동하느냐는 것만 남아 있다. 식성을 줄이면 그 큰 몸집으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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