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일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9년 임단협을 사측에 위임하기로 하고 위임안을 전달했다. 4개월 뒤인 7월 중순 현대중공업 노사는 기본급 동결 및 격려금 전달을 골자로 하는 임단협에 합의하고 서명한다. 대신 사측은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한편 임원 임금 반납으로 화답했다. 기아차, 성과급 200% 이상 무리한 요구
대안없이 주간연속 2교대제 주장도 문제
사측과 양보없는 소모전에 勞-勞갈등도
경기 침체가 우리나라 조선산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줬지만 수년치 일감을 확보한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에만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에 대해 오종쇄 노조위원장은 “장기적 발전을 위한 양보”라는 말로 그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이외에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제철, 포스코 등 영업이익 1조원이 넘는 대기업과 한화, 두산, CJ 등 많은 기업들이 올해 임금동결 대열에 합류했다. 모두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양보’로 얻어진 결실이었다. 하지만 모든 국내 모든 업체 노사가 이렇게 ‘상생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다. 기아자동차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사측은 원칙으로 맞서며, 회사는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의 무리한 요구 =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5.5%(8만7,709원) 인상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방침을 사측에 그대로 전달한 셈이다. 또 경영성과와 상관 없는 ‘성과급 200% 이상’도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조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의 즉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주간연속 2교대제는 현행 주ㆍ야간 교대 근무를 없애고 주간에만 8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는 시스템. 이럴 경우 조업시간이 단축됨에 따라 노조는 현재의 시급제가 아닌 월급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측의 일관된 주장이다. 노조 요구의 배경은 기아차의 올해 실적이다. 이 회사는 상반기 지난해 보다 3.3% 늘어난 8조1,788억원, 순익은 반기기준 사상 최대인 4,44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반기 실적 개선은 대부분 환율 효과, 정부의 노후차 지원 및 개별소비세 인하 등 외적인 요인에 힘입은 바 컸다. 국민의 세금 덕분에 그나마 내수 시장 성적이 좋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회는 “기아차의 임금인상 요구는 결국 국민들이 자동차산업 부양을 위해 갹출한 돈을 자신들에게 지급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는 노조 이기주의의 극단을 보여주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의 즉각 시행 요구도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 노사는 기존 생산물량 유지를 전제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에 합의했다. 그러나 생산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시행만을 주장한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대로 8+8 근무형태와 월급제를 도입하면 현재의 10+10 수준 대비 연간 작업 시간은 800시간, 생산량은 21만대나 감소하게 된다”고 추산했다. 결국 수십만대에 달하는 생산량 감소에 대한 해결책 없이 월급제 전환으로 임금만 제대로 받겠다는 게 노조측의 계산법인 셈이다. 안수웅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생산량을 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하면 주간연속 2교대제는 사측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요구”라고 지적했다. ◇사측 “원칙대로 갈 것”=석 달이 넘는 교섭에도 불구하고 노사 양측의 ‘평행선’이 좁혀지지 못하자 노조는 지난 25일 돌연 선거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향후 교섭은 차기 집행부에 이관한다고 선언했다. 성과 없이 교섭이 지연되고 노-노 갈등만 불거지자 차기 노조에 공을 넘긴 셈이다. 10월 이후에는 교섭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임단협 장기화로 하반기 경영 전략에 차질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올해 임단협은 “양보 없이 원칙대로 간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임금 및 주간연속 2교대제 등 주요 사항에 대해서 사측 제시안을 관철시키는 것은 물론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도 지키겠다는 얘기다. 사측의 한 고위관계자는 “사측은 올해 임단협에서 과거 잘못된 노사 관행까지 개선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교섭위원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것도 이 같은 결연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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