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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퇴장
입력2004-02-27 00:00:00
수정
2004.02.27 00:00:00
지난 1월 하순 로테르담영화제에서는 시상식에 이어 지난 8년 동안 이 영화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 사이몬 필드 집행위원장의 환송행사가 열렸다.
재단이사장과 시장의 환송사 및 기념메달 증정, 네덜란드 주재 프랑스 대사의 환송사와 프랑스정부의 훈장 수여, 일본의 세계적인 감독 키타노 다케시를 비롯한 각국 영화인들의 영상메시지, 챠이밍 량(타이완). 가와세 나오미(일본) 등 중견 감독들이 사이몬을 위해 제작한 짧은 영상물의 상영, 현지 언론인 피터 반 뷰렌과 이 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인 산드라 덴 하머의 환송사, 영화제에서 제작한 사이먼에 관한 영화상영, 그리고 사이몬의 답사 등으로 진행되었다.
영국태생의 사이먼 필드는 지난해 영화제가 끝난 직후 이사회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았다. 알려진 사유는 네덜란드어를 못 한다는 것. 그래서인지 네덜란드어를 화두로 삼은 그의 환송사는 신랄했다.
3년 전 모릿츠 데 하델른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의 환송행사도 이에 못지 않았다. 2000년 2월, 새로 조성한 베를린 신시가지에서 제50주년 행사를 끝낸 직후 모릿츠 데 하델른은 연방정부와 시 이사회에서 해임통보를 받았다. 그는 22년 간 베를린영화제를 이끌면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지만 개ㆍ폐막행사 등 주요행사에서 독일어 대신 영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해 언론의 호된 비판을 받아 왔었다. 일년 뒤 모릿츠 데 하델른은 제51회 영화제를 끝으로 화려하게 퇴장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선정한 영화 23편의 회고전, 고별기자회견 등 그를 위한 환송행사가 다채로웠다.
사이몬과 데 하델른의 `화려한 퇴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퇴출은 시켰지만 1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명예롭게 물러나도록 배려하는 그들의 여유가 부럽기도 하다. 더욱이 비리와 비정(非情)이 가득한 우리 사회에서, `사오정`, `오륙도`, `이태백` 등의 신조어들이 유행하는 각박한 세태에 비추어 생의 한 장(章)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 것인지, 한 생을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명예롭게 끝마무리할 수 있을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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