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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주유소 충돌 … '묘한 기름값' 데자뷔

정부 "휘발유값 내려라" 압박에

업계 "세금은 안내리면서… " 반발

"정부 압박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키울것"


휘발유가 인하 여부를 놓고 정부와 주유소 업계가 정면 충돌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떨어진 만큼 휘발유가도 내리라며 해당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소비자제품 가격이 내려야 전반적인 소비진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연유에서다. 반면 주유소 업계는 세금은 한푼도 내리지 않으면서 유통이윤을 줄여 가격을 떨어뜨리라는 것은 부당한 시장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마치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묘한 기름값" 발언 이후의 데자뷔 같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오전 석유·LPG 유통업계 간담회를 열어 석유제품 가격 인하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정책관은 "국제유가 하락폭에 비해 주유소 판매가격의 하락속도가 다소 느린 것으로 파악된다"며 "유가 하락의 혜택이 고루 돌아가도록 업계와 협회에서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말이 협조지 사실상 압박이나 다름없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국제유가 하락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돼야 한다고 '가이드라인'를 제시하자 주무부처가 실력행사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업계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제품 가격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서울 강남 소재 주유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의 묘한 기름값 발언이 생각난다"며 "기름값이 올라도 우리 탓, 내려도 우리 탓"이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1월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기름값을 보면 주유소의 행태가 실로 묘하다"고 말했다. 기름값을 내리라는 사인이었고 당시 지식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 정유사들을 일제히 압박했다. 국제유가는 상승세였고 기름값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라고 반발하던 정유사들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외에도 관치형 알뜰주유소 도입, 혼합판매 허용 등 휘발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온갖 대책을 동원했다. 하지만 기름값은 억지로 내린 3개월여를 빼고 결국 잡지 못했다. 불편한 시장개입 정책이 지속 가능하기는커녕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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