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들이 27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재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가 시중에 본격적으로 유통될 전망이다. 그 동안 미국산 쇠고기는 정육점이나 수입업체 직영매장에서만 판매돼 구입이 쉽지 않았으나 전국에 대규모 매장을 가진 대형마트에서 판매를 시작하면 손쉽게 구매가 가능해진다. 지난 2003년 기준으로 미국산 쇠고기 가운데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물량은 전체의 18% 가량을 차지했다. 대형마트들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를 결정한 것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반대 여론이 다소 누그러진 데다 경기침체로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을 타개해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반대 시위가 거센 데서 확인됐듯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변수다. ◇초기 물량은 냉동 위주로 판매될 듯= 대형마트들은 일단 27일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냉동육 중심으로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냉장육은 유통기한이 90일 정도로 짧기 때문에 그 동안 대형마트로의 판로가 막힌 수입업체들이 냉장육 가격을 대폭 할인해 시중에 판매, 현재 남아 있는 물량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입업체들은 대형마트에서 공급할 냉장육 물량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에 추가 물량을 주문해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약 열흘 정도가 걸리는 만큼 12월 초쯤에는 대형마트에도 냉장육이 대거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업체인 이네트의 경우 대형마트 3사에 냉동육 300톤과 냉장육 50톤을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에서의 판매가격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수입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계가 환율 상승과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초기 대형마트 시장을 둘러싼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할 부위는 95% 이상이 갈비와 불고기용이며 가격은 냉동육 기준으로 LA갈비 1kg에 1만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미국산 쇠고기 판매 기대= 대형마트들은 이날 미국산 쇠고기 판매 재개가 전격적으로 결정되자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마트의 축산 담당 바이어들은 이날 오전부터 수입업체를 접촉하며 본격적으로 물량 및 가격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판로가 막혀 국내에서 판매를 대기 중인 미국산 쇠고기 물량이 많기 때문에 27일부터 매장에서 판매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가급적 전국 매장에서 동시에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한다는 방침이지만 물량 확보 여부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다. 일단 대형마트들은 최근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호주산 쇠고기보다 20% 가량 저렴한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호조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유보해 왔지만 최근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미국산의 점유율이 50%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판매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에서 확인됐듯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여론은 대형마트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최근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점도 판매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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