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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이 시작된 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면세점. 평일인데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2시 무렵이었으나 매장 안은 고객들로 여느 때보다 더 북적거렸다. 이들 대부분은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언뜻 봐도 10명 가운데 7~8명이 중국인인 듯했다.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중국말로 이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였다.
올해 국경절에 특히 유커 '큰손' 고객들의 발길이 멈춰선 곳은 고가 시계 브랜드. 이날 롯데면세점 내 스위스 시계 및 보석 브랜드인 피아제 매장은 상품을 구경하려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으며 스위스 시계 브랜드 론진이나 고급 시계의 대명사인 오메가 매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고가 시계는 물론 보석류 등을 진열한 샤넬 매장에서도 유커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롯데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는 각종 세금으로 고가 명품시계 등의 가격이 국내보다 비싼 편인데다 진품 여부도 의심 받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국 면세점에서는 10~15%가량 낮은 가격에 시계를 구입할 수 있어 중국 남성고객들을 중심으로 구매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판매가 활성화되다 보니 신제품 입고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점도 중국인 큰손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기존의 고가 명품가방에 이어 고급 시계나 보석류 등이 중국 관광객들의 선호 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동안 수입 명품 잡화 브랜드에 주로 몰리던 중국 부유층 고객들이 최근 들어 고가 시계나 보석류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은 매출 순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백화점이 올 들어 8월까지 집계한 중국인 구매 브랜드 매출 톱10 순위(은련카드 누계실적 기준)에 따르면 고가 명품시계인 '바쉐론콘스탄틴'과 '피아제'가 각각 5위와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명품시계 브랜드는 지난해만 해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A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8월까지 집계된 순위인 만큼 국경절 특수가 끝나면 더 많은 시계ㆍ보석 브랜드가 순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기존 명품가방 브랜드는 수백만원대가 주류인데 비해 시계나 보석 브랜드는 수천만원대에서 억원대를 호가하는 제품도 많아 백화점에서 차지하는 유커의 매출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남에 위치한 B백화점에서도 올 들어 유커의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진 상품군은 고가 보석류와 시계(104%)로 남성의류(52%), 잡화(52%) 등의 증가율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B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특히 중국 고객의 경우 일본 등 다른 외국인 구매고객에 비해 구매 건수는 많지 않지만 1인당 구매금액은 크게 높은 편"이라며 "예전에 식품이나 가방 등을 주로 구입하던 중국인들이 수천만원짜리 시계나 보석 등을 구입하는 데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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