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이 높아지면서 경제 수석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성장ㆍ물가ㆍ경상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기존에 발표된 각종 감세 및 규제완화 방안을 앞당기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수부양을 위해 서비스업 활성화 방안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당간ㆍ부처간 이견이 커 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대외여건 악화의 후유증 가시권”=재정부는 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대외 여건의 지속적인 악화가 심리지표ㆍ선행지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가 2ㆍ4분기 이후 경기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향후 경기 하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실제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3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해 경기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1ㆍ4분기 내지 상반기를 기점으로 오랜 상승세를 끝내고 하강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1ㆍ4분기 성장률이 5%대 중반은 가겠지만 하반기에는 3%대 성장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상수지ㆍ물가ㆍ실질소득 등 다른 지표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그린북은 “3월 경상수지 적자는 2월 23억5,000만달러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12월 결산법인의 대외 배당급 지급 등 계절적 요인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1~2월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이미 51억달러를 기록, 1ㆍ4분기에만도 정부의 올해 전망치(70억달러 적자)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또 4월 소비자물가도 국제원유ㆍ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3%대 중반을 보이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물가상승에다 실질소득 감소와 일자리 부진도 소비회복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지난해 4ㆍ4분기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2.6%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의 격차가 3.1%포인트로 벌어졌다.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은 둔화된 성장률만큼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부 “묘안이 없다” 속앓이=이에 대해 그린북은 “세계경제 둔화, 유가 상승, 국제금융시장 불안, 중국 인플레이션 등 하방위험 요인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내외 경제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경기상승 모멘텀을 유지하도록 정책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중경 재정부 제1차관도 전날 “모든 정책은 선제적으로 해야 하는 만큼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으로 민간투자 활성화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내수 부양책을 내놓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수출로 버티고 있는데 경기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로 이뤄지는 내수가 일어나야 한다”며 “재정투입보다는 이미 발표된 규제완화와 감세조치를 조기 실시해 민간의 기업 활동을 자극하는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원론적 대안 외에 묘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 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경기불안 요인은 대외 여건 악화에 기인했기 때문에 재정ㆍ금리 등 거시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유통구조 개선, 민자 사업 등 미시 대책을 쓰는 동시에 감세, 신산업 육성 등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정부는 이달 말 발표하기로 한 서비스산업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ㆍ교육ㆍ관광 산업을 활성화해 내수부양과 경상수지 개선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국내법인에도 외국인학교 설립 허용 등 핵심 쟁점에 대해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고 관련 부처도 이견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골프장ㆍ호텔 등에 대한 감세안도 “부유층의 오락산업에만 혜택을 준다”는 국민 정서 극복이 난제로 꼽히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