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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 청년 창업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청년 창업 육성에 팔을 걷고 나서면서 10년 만에 '제 2의 창업 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와 함께 최근 창업 붐이 한때 열기로 끝나지 않으려면 창업 정책 시행 초기부터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창업 성공 롤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인 지원책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것.
서울경제신문은 최근 이어지는 창업 정책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진단하고 창업가의 도전 정신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진흥공단 회의실에서 국내 대표적인 창업 육성기관인 중진공 창업사관학교의 1기 우수졸업자들과 함께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과 김윤정 카몬 대표, 김범수 다원기술 대표, 우종욱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대표, 이해원 퍼블스튜디오 대표, 장욱진 진스랩 대표 등이 한자리에 모여 창업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사회는 양동민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기술창업실 부장이 맡았다.
◇최근 사업 현황은
▦사회=먼저 사관학교 출신으로 대부분 가장 성공적인 창업가들로 손꼽히고 있는데 최근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윤정 카몬 대표=투자자들이 너무 몰려서 저희가 면접을 보러 다니는 게 아니라 반대로 투자자들이 저희한테 면접을 볼 정도에요(웃음). 현재 투자를 조율하고 있는 곳만 3군데입니다. 포스코의 요청으로 거기서 주최하는 투자 오디션에도 참여했는데 벌써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좋은 소식이 이어지니 직원들 사기도 높아지고 있어요. 초기기업이라 인지도가 떨어질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먼저 접촉해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다음달까지는 미팅이 꽉 잡혀 있을 정도에요.
▦장욱진 진스랩 대표=저희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배나 늘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카톨릭대학교 성모병원 출신 연구소장께서 입사하셨습니다. 유전자 진단 분야만 20년 가까이 하신 분이다 보니 벌써 3~4개의 제품을 개발해 식약청 인증을 준비 중이에요. 청년창업사관학교가 지금까지 성장에 크게 도움된 것 같습니다.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진단 키트 분야는 현재 각광 받는 분야로 잘만 하면 충분히 세계 일류 기업으로 클 수 있다고 봅니다.
▦우종욱 스트롱홀드테크놀로지 대표=커피 시장이 저희가 원하는 대로 고급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게 고무적입니다. 현재 중국에 샘플을 보내고 정부 지원을 좀 받아 현지 유통법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판로의 경우도 현재 접촉 중이고요. 곧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해외 전시회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또 커피로스터 뿐 아니라 생두 수입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박 이사장=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도 커피로스터 납품을 받겠다고 했는데 납품 중인가요?
▦우 대표=(이 대통령과)만났을 당시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연락이 없어 제가 직접 연락해야 할 것 같습니다(일동 웃음).
▦이해원 퍼블스튜디오 대표=제안서 하나를 오늘 오전까지 작성해 제출하다 보니 밤을 샜습니다. 어제는 한 투자자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지금 당장 외부 자금은 필요없다는 판단에 투자 거절 답장을 보냈어요. 심지어 최근 새로 직원을 뽑아 앱북 시장 조사를 맡겼더니 시장에서 제 이름 밖에 나오는 게 없다는 겁니다. 경쟁사가 하나둘 포기하다 보니 앱북 시장에서는 저희 회사가 거의 반독점 상태에요. 지금도 교보문고, 국민은행, 대교, 교원 등과 계약을 달성했거나 추진하는 중입니다.
▦김범수 다원기술 대표=다날 신사업부에서 얼마 전 직접 찾아오기까지 해서 현재 파트너십을 진행중입니다. 얼마 전에는 중국을 방문했는데 은행연합회에서 보유하고 있는 50조원 수준의 마일리지를 중국 복권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바일과 관련, 중국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것도 있고요.
◇고객 요구 파악이 핵심
▦사회=어느 정도 사업이 안착 단계로 진입한 것 같은데요. 혹시 사업 단계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창업 후배들에게 조언해 줄만한 자신만의 노하우도 좋고요.
▦김범수 대표=창업 후 1~3년이 가장 어려운 시기인데 특히 창업자금에 대한 어려움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우수졸업자들이 기금을 모아서 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 대표=창업가 사이에서 자금에 대한 고충이 많이 나오는데 저희는 커피업계의 보수적인 시각을 뚫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그야말로 커피로스터의 플랫폼을 완전히 바꾸는 사업이다 보니 장인 정신이 강조되던 기존 패러다임에 맞서기가 쉽지 않았죠. 그나마 사관학교의 도움을 받아 언론 보도, 정부 행사 초청 등의 혜택을 받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업계에서 많은 분들이 알아주세요.
▦박 이사장=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창업 마케팅 쪽도 많이 신경 써주길 바랍니다.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출판되기까지 작가가 아픈 몸을 이끌고 3년 동안 25개 출판사를 찾아 다녔다고 해요. 원고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요. 결국 뉴욕의 한 지역 출판사에 전보를 3번 보낸 끝에 간신히 출판할 수 있었고 세계적 대작이 됐습니다. 창업가라면 필요한 사람을 그 정도로 찾아다니고 설득하는 끈기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장 대표=저도 사업 초기에는 매출처인 병원이나 진단센터에서 만나주지도 않더라고요. 처음부터 마케팅을 잘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신종플루가 유행한 뒤부터는 그냥 사람만 매일 만나고 다녔습니다. 그로부터 1~2년 뒤 매출처에서 원하는 제품을 말해주더군요. 결국 그걸 개발해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 창업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먼저 판로를 확보하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품을 만들어내라는 거에요. 자신의 아이디어가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제품 구상 과정에서부터 고객 수요를 생각해야 돼요.
▦이 대표=처음엔 저도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사업을 하려니 너무 막막했어요. 하루는 길을 걷다 교원이라는 회사의 건물이 보이길래 무작정 들어갔어요. 보안카드도 없이 몰래 들어갔죠. 그리고 아무나 붙잡고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너무나 절박했었죠. 하지만 그게 인연이 돼 이번에 계약 논의까지 하게 됐어요.
▦김범수 대표=전 옛 직장에서 영업을 해봐서 저만의 노하우가 있어요. 공략대상에게 끊임없이 찾아가 그 사람이 필요한 걸 알아낸 뒤 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그분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거에요. 그 다음에 제가 필요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인내심이 필요하죠. 최근 창업가들이 판로를 만들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데 그보다는 차라리 박카스 한박스 사들고 고객을 찾아가라고 하고 싶어요. 판로는 스스로 얼만큼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요.
▦우 대표=영업은 내가 필요한 것과 남이 필요한 것 두개만 알면 된다고 하는데 남이 필요한 것은 알아내기가 어렵더라고요. 김범수 대표님은 혹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김범수 대표=생일 등 작은 부분까지 다 기록하고 자주 관심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입에 발린 얘기라도 칭찬을 해주면 상대방은 자기 얘길 잘 꺼냅니다. 일단 현장에서 부딪혀 보면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내 아이템 최고' 생각 버려야
▦사회=마케팅, 판로 외에 다른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김윤정 대표=아이템 선정이요. 전 사업 아이템 선정시에 쓸데 없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활용도가 매우 높은 아이템이라도 한꺼번에 다 추진하기엔 시간과 비용이 턱없이 부족해요. 저희 360도 3D모션 영상 뷰어도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정말 많아요. 하지만 저희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현재 가장 부족한 것이 정보기술(IT)이라는 점에 착안해 그쪽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아직 아날로그적인 면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여기에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죠. 아이템 하나로 끝까지 가겠다는 고집도 버려야 해요. '내 아이템은 최고인데 왜 안 팔리나'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안 될 것 같으면 언제든지 사업 아이템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합니다. 또 아이템을 어떻게 포장하느냐도 중요해요. 저희도 처음엔 360도 화면만 강조하다 보니 주변에서 '원래 있던 것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나중에 '인터랙티브 뉴미디어'라는 수식을 붙이니 그제서야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웃음).
▦김범수 대표=협력업체, 위탁업체 관리도 잘 해야 됩니다. 관리를 잘 안하면 초기기업 시제품은 뒷전으로 밀리기 쉽거든요. 저는 그래서 창업사관학교 입소 당시 저녁때마다 협력업체에 막걸리 한통을 사들고 가서 얘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무조건 겸손한 자세로 협력업체 사람들에게도 모르는 게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물어봐야 해요. 아이템의 선정의 경우 저는 선행 특허에 관해 조사를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찾는 데 시간을 많이 쓴 것 같아요.
▦이 대표=지식서비스 창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업 아이템이기 때문에 지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신경 써줘야 합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의 경우도 범용 소프트웨어를 쓰지 못하게 막아 놨는데 범용 소프트웨어를 못 쓰면 입교생들이 모두 불법적인 통로로 소프트웨어를 얻을 수 밖에 없어요. 범법자가 되는 셈이죠. 지난해에는 저도 정말 답답했습니다.
▦김윤정 대표: 인력수급에도 어려움이 많아요. 얼마 전에 중기청 쪽에서 5인 이상 사업자는 방위산업인력을 지원해주는 정책을 도입한다고 했는데 그나마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에 눈물까지 나더라고요.
◇자금계획 면밀히 세워야
▦사회=사업 공간 확보에 대한 어려움은 없나요.
▦우 대표=저는 사관학교 입교 전부터 용산 쪽에 사무실 겸 공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시 얼마나 열악했냐 하면 간이 침대조차 넣을 공간이 없어 작은 매트리스 위에서 매일 잘 정도였습니다. 채광이 안 좋아 일주일 내내 햇빛을 못 본적도 있고요. 하지만 초기기업이 자기 사업공간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정말 잘못이라고 봅니다. 지난 2년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만약 보유 자금 가운데 조금이라도 사업 공간 확장에 투여했다면 정작 가장 필요한 곳에는 투자를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히려 초기기업이 좋은 사업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면 돈을 허투루 쓴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어요. 사업공간은 매출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넓히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장 대표=창업 후배들은 무엇보다 재무 관련해 자금 계획을 세밀하게 세우는 버릇을 가져야 된다고 봐요. 초기기업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데 이걸 인식하지 못하고 돈을 쓰면 기업이 오래 못 갑니다. 이달에 매출이 일어나더라도 다음달 지출을 잘 따져야 돼요. 주먹구구식으로 자금을 운용하지 마라는 조언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박 이사장=특히 세상에 돈 빌리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습니다. 돈을 빌리는 순간부터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을 창업가들이 잘 알아야 합니다.
▦장 대표: 맞습니다. 창업가들의 신용 관리도 정말 중요해요. 이미 대출이 많거나 보유 재산이 전혀 없다면 사업자금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죠.
▦박 이사장=국가 지원의 경우도 국민 세금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늘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원 자금을 쓸지 고민해야 하는 것이고요.
◇긍정적이되 무조건 낙관은 안돼
▦사회=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범수 대표=경험상 창업사관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바르게 따르다 보니 어느 순간 스스로 우수기업이라고 깨닫는 시점까지 온 것 같아요. 사관학교에 들어왔다면 배우는 대로 그대로 따르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이 대표=주위를 보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관학교 입교생들이 대부분 다 창업에 성공한 것 같아요. 해병대 캠프 체험, 서류작업 등 처음부터 불평이 많았던 사람들은 졸업 후 별다른 소식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 대표=긍정적인 사고방식이 매우 중요하지만 무조건 사업을 낙관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봐요. 자기 아이템, 자기 능력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업이 한창 좋더라도 나쁜 순간이 올 것을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창업가에게는 첫번째 덕목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평정심, 세번째는 인내심입니다. 어느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장 대표=우 대표 생각에 동의합니다.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돼요. 요즘 창업가 가운데는 자기 회사는 투자와 대출 받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가 정작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는 이것을 정부나 투자자들 탓으로 돌리죠. 하지만 여태 제가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다들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이템이 별로라거나 사업성이 떨어진다거나. 벤처캐피탈 투자자들의 기준은 정말 명확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돼요.
▦김범수 대표=항상 정도를 가려고 노력하고 이것이 확고해지면 사업이 안정화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기업도 건강해지죠. 추가로 한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 가운데 좋은 기업이 많은데 인수ㆍ합병(M&A)이든 공동연구든 기술융합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길을 열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윤정 대표=기술융합은 적극 검토 부탁드려요. 정말 좋은 기업이라도 정부로부터 같은 지원을 받았다고 협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박 이사장=방금 지적하신 사항은 검토를 부탁해보겠습니다. 여러 좋은 제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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