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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도대체 어디에 기대야 하나” “지표경기말고 체감경기를 봐달라. 피부로 느끼는 경기는 최악이다” 19일 대한상공회의소 하계 세미나가 열린 제주 서귀포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의 강연이 끝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김용웅 한국배랄 회장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어 쏟아진 김 회장의 질문은 “기업 규제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던 정 장관을 진땀나게 만들었다. “산업용 천연가스에 특별소비세를 매기는 게 말이 되냐? 몇 번을 건의해도 재경부에서는 답이 없더라. 산자부는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 기업은 누구를 의지하나? 재경부와 다툼이 있더라도 해결해달라”는 김 회장의 말은 이날 현장에 있던 최고경영자(CEO)들의 답답한 속마음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듯 했다. 이날 제주에 모인 CEO들은 하나 같이 하반기 경기상황에 대해 걱정했다. 이들은 “새 경제팀이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지는 않겠다고 하지만 몸으로 느끼는 경기는 IMF때보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 현대차의 파업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울산지역 기업인들은 “가뜩이나 경기고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을 위한 파업이 반복되며 울산지역 중소기업과 음식점 등 지역상권이 아예 무너질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기업인들은 무엇보다 경기부양을 위해 투자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도수 안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수도권 규제가 존속되는 것을 보면 ‘안 바뀌는구나,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투자계획을 접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이날 강연을 통해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규제와 간섭을 줄이고 경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율과 금리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주문이 많았다. 손영기 대한상의 경제조사팀장은 “인위적인 환율방어가 어렵다면 구두경고 등을 통해 속도조절은 해야 한다”며 “금리인상은 기업에 직접적인 부담인 만큼 경기상황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7월중 잇따라 경제단체의 제주도 하계세미나를 계기로 ‘읍소’성이 아닌 당장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경기부양책과 기업관련 규제 해소를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상법 개정이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여부, 각종 세금 감면 축소 등은 하나같이 기업의 목줄을 죌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현석 대한상의 상무는 “체감경기가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는데다 노사문제까지 겹치며 더 이상 읍소로는 안 된다는 판단이 팽배하다”며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재계가 힘을 모아야 제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무도 “방선거다 해서 조용했지만 하반기에는 세미나, 워크샵 등을 자주 열어 재계의 건의사항 등을 계속 이슈화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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