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효과를 놓고 재계와 중소업계의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대기업측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 2011년 도입한 적합업종이 당초 취지와 달리 성장과 경쟁력 제고에 실익이 적다며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업계는 적합업종 중소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특히 중기중앙회는 전경련 등의 보고서가 왜곡 분석을 했다고 강조, 향후 연구 타당성 논쟁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전경련 보고서는 △ 표본수가 부족하고 △자산총액 100억원 이상 일정 규모만 조사했으며 △조사항목 중 통계적으로 적합업종과 무의미한 항목들이 다수 들어 있다는 것.
◇중기 "적합업종으로 매출, 수익 개선"=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연구원은 20일 적합업종 기업 1,081개를 대상으로 2010∼2013년 경영 실적을 조사한 결과 비적합업종 기업들보다 △매출액 증가율 △수익성 △총자산이익율 △총자산증가율 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합업종 기업들의 연 매출액 증가율과 총자산 증가율은 각각 1.8%와 5.6%로 대조군 5,024개사 평균 1.4%와 3.5%를 상회했다.
또 적합업종이 도입된 2011년 전후로 매출액 증가율의 하락폭이 10.9%포인트로 나타나 15.3%포인트가 하락한 대조군보다 선방했다. 총자산 증가율의 하락폭도 적합업종 기업에서는 2.6%포인트에 그쳤으나 대조군에서는 11.6%포인트나 떨어졌다.
적합업종 기업의 총자산이익률(ROA)과 영업이익률은 4.55%에서 4.6%, 4.9%에서 4.8%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대조군에서는 ROA와 영업이익률이 각각 1.6%포인트와 0.7%포인트 내려갔다.
◇대기업 "성장성 등 오히려 부정적"=앞서 전경련은 17일 명지대 경제학과 빈기범·우석진 교수에게 연구의뢰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놓고 적합업종 지정이 해당 중소기업의 총자산성장률·총고정자산성장률 등 성장성 지표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분석 대상은 2011년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82개 품목 중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의 53개 품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적합업종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정 이전 2년간(2010∼2011년) 연평균 16.6%였으나 지정 이후 2년간(2012∼2013년)은 3.9%로 12.7%포인트 낮아졌다. 이에비해 같은 기간 전체 중소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연평균 14.4%에서 4.5%로 9.9%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총자산증가율 역시 적합업종 기업은 12.2%에서 6.3%로 5.9%포인트 내렸으나, 전체 중소기업은 10.7%에서 7.6%로 3.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전경련은 적합업종 지정이 해당 중소기업의 수익성과는 뚜렷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측 연구결과 검증 시급=이렇게 대기업과 중기의 적합업종 연구결과가 정반대로 나오면서 차제에 양측의 보고서를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검증, 적합업종 효과에 대한 결론을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기중앙회가 "전경련 등이 통계 왜곡을 했다"고 강하게 성토하고 있어서다.
중기연구원은 비교기업 표본수가 5,024개인 반면 전경련 연구의 표본수가 655개에 불과하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대부분 영세기업으로 구성된 적합업종 특성상 전경련 표본 대상기업(자산총액 100억원 이상 기준)이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총 12개의 항목 중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항목은 총자산증가율 등 4개 항목에 불과하고 나머지 항목들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처럼 호도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이상호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적합업종 비교대상 기업 중 총자산이 너무 적거나 많은 기업을 제외하다 보니 표본수가 655개가 됐다"며 "2011~2013년에는 내수경기 침체가 되면서 영세 소상공인을 (조사대상에) 합칠 경우 (적합업종 기업의) 실적이 더 낮춰질 것이라 예상되는데 효과가 좋다고 나온 것은 로우 데이터 신뢰성이 의문이 간다"고 맞섰다. 이 팀장은 또 "유의미한 통계가 4개 항목이라는 팩트는 맞다"면서도 "유의미했던 결과는 4개였는데 모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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