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을 속도에 빗대 표현했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주행하면서 혁신을 거듭하는데 비해 정부는 25마일, 교육은 10마일로 기어가며 사회 변화에 발 맞추지 못한다는 것. 토플러는 이런 속도의 비동시성을 극복해야 사회가 발전한다는 거시적 진단을 내렸지만 정작 해결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책은 의료, 교육,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 비즈니스, 비영리기업 모두 6부문에 걸쳐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혁신에 도달하는 방법을 다뤘다. 공허한 개념어를 사용하지 않고 공공단체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실사례 위주로 구성해 읽기도 수월하다. 책에서 저자들은 교육 개혁의 현실적 방안으로 미국의 클레어모트 컬리지의 혁신 사례를 제시한다. 클레어모트 컬리지는 스크립스대 등 7개 단과대학ㆍ대학원이 컨소시엄 형태로 조성한 종합대학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나타내는 한편 작은 대학이 갖는 장점도 보여준다. 운동장ㆍ도서관 등 각종 시설을 공유하고 학생들이 원할 경우 교차 수강도 가능하다. 하지만 학사관리는 단과대학이 별도로 하며 학생과 교수의 비율이 10대 1을 넘지 않도록 엄격히 조정한다. 학생들은 소규모 대학에서 가능한 토론식 수업, 개인집중 교육을 받는 동시에 종합대학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모두 얻을 수 있다.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학생들의 불만이 접수돼도 몇 개월이 지나야 시정되는 종합대학과 비교하면 컨소시엄 대학의 강점은 확연하다. 그 밖에 의료 부문에서는 싱가포르에서 최악의 병원으로 평가받던 알렉산드라 병원이 고객 만족도 1위로 거듭나게 된 배경을 살피며 혁신 과정을 살펴보고, 정부 부문의 경우는 1980년대 ‘유럽의 지진아’로 평가 받던 아일랜드의 대변신을 파헤치며 개혁 전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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