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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가입의 부담(사설)

우리나라가 드디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29번째로 가입하게 되었다. 아시아에서는 64년에 가입한 일본에 이어 두번째다. 1961년 20개 선진국이 모여 다원적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인권존중을 이념으로 출발한 경제협력개발기구로서 OECD는 세계경제질서 형성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최근 수년동안 멕시코(94년) 체코(95년) 헝가리(96년) 폴란드(96년) 등이 비록 선진국은 아니지만 성장잠재력이 큰 국가를 대상으로 펴온 회원확장정책에 따라 가입했고 우리나라도 선진국 모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국민총생산규모 세계 11위이며 교역규모 세계 12위인 우리나라로서는 선진국 대접을 받고 싶은 욕심이 없지 않지만 OECD 가입으로 우리는 많은 짐을 지게 됐다. 선진국 그룹에 끼게 되었다는 명예에 앞서 힘겨운 도전이 더 무거운 것이다. 가입으로 얻는 실익은 추상적인데 비해 의무는 크고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OECD에 가입하기 위해서 많은 것을 약속했거나 양보했으며 그러고도 계속 힘겨운 쟁점과제를 안고 있다. ○도전과 기회의 공존 우선 금융과 자본시장을 선진국처럼 완전개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금융시장 개방과 외환 자본거래 자유화는 국제투기자본의 빈번한 유출입에 따라 금리와 환율이 급변하는 등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통상에서 아직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기는 벅차고 환경부문에서도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선진국지위로 격상함에 따라 많은 환경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노동분야에 있어서도 복수노조금지와 제3자 개입금지와 같은 선진국 기준과 일치하지 않는 사항을 노동법 개정에 반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우리의 노사현실로 보아 충격이 아닐 수 없다. OECD 가입에 따른 무분별한 개방과 부담 때문에 경제붕괴 위기에 몰렸던 멕시코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가입 반대나 유보주장이 만만치 않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산업구조가 취약한 채로 부족한 외자를 단기외채로 메워왔던 멕시코는 OECD 가입으로 외환자유화와 자본자유화를 완전실시한 대가로 페소화가 대폭락했고 그 결과로 경제는 붕괴위기로 몰려 지금까지 허덕이고 있다. 우리 경제 역시 올해 국제수지적자가 1백60억달러 이상으로 예상되고 물가는 억제목표인 4.5%를 돌파하였으며 환율은 1달러당 8백30원대로 상승하고 있다. ○경쟁력 없이는 위기 원화환율의 상승은 수출에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수출상품구조의 취약성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체질로서는 환율의 상승이 오히려 국내물가를 자극할 위험이 더 큰 실정이다.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을 하고는 있지만 쉽게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급속한 개방과 선진국 행세는 멕시코와 같은 위기를 자초할 위험이 높다. 이제는 뒤로 물러설 수도 없다. 엄청난 충격과 도전을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과 역량의 극대화가 필요하다. 사실 그동안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안에서보다 외부로부터 압력과 충격에 의해 이뤄져 왔다. OECD가입이 자승자박이 아니라 그러한 또하나의 외압적 충격요법으로 활용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획기적 발상의 전환을 먼저 정부와 공무원의 의식이 개혁되어야 한다. 시장경제와 경쟁원리에 장애가 되는 요인을 없애고 자율화가 촉진되도록 정부 규제와 간섭은 과감히 거두어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이 무사안일과 타성에 젖은 채로 감시 감독을 위주로 한 정부정책을 자율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조직과 인원을 축소 재편해야 한다. 규제의 완화가 경쟁력향상의 지름길이다. 또 정치논리가 경제와 기업을 흔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정치논리가 경제를 왜곡시켜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기업은 경영자의 국적과 상관없이 기업을 할 수 있는 나라를 찾아 떠나고 있다. 무국적기업이 등장하고 있는 시대에 산업공동화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우리 모두가 OECD가입에 따른 자유화의 대가가 무한경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다가올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사실상 개방파고는 이제부터 밀려오게 되어있다. 회원국으로서의 권리나 이점을 맛보기 전에 책임과 의무의 파고가 다가오고 있다. OECD의 이념인 다원적 민주주의와 인권존중을 서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기득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환골탈태의 노력이 없으면 개방의 파고를 인내하지 못한채 멕시코의 비극은 우리에게도 온다. OECD가입을 우리나라가 21세기 선진국이 될 수 있는 도약의 기회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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