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만에 스노볼의 악령을 완전히 떨쳐버리고 나니 속이 후련하더군요. 지금은 오히려 환율이 올라 회사 수익구조가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DVR 등 영상기기업체인 윈포넷의 권오언(47ㆍ사진) 사장은 지난해 4월 회계부서로부터 키코와 같은 환헤지상품인 스노볼 때문에 발생할 손실이 30억원에 이를 것 같다는 첫 보고를 받았던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다. 권 사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단돈 백만원이라고 아끼자고 비용절감을 강조하던 차에 파생상품 하나 때문에 몇 십억원을 날릴 판이 되자 직원들 볼 낯이 없었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고심 끝에 권 사장은 스노볼 상품의 문제점 등을 고려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믿고 지난해 11월 하나은행을 상대로 스노볼통화옵션계약은 무효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권 사장은 “은행 담당자가 어차피 끝까지 책임을 회피할려고 할테고 우리도 억울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서 결판을 보는게 양측에게 깔끔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권 사장은 이달말이 돼야 만기가 도래하는 스노볼의 손실도 앞당겨 지난해 회계처리에 반영했다. 70억원 가량 되는 손실중 55억원을 선반영한 것. 권 사장은 “스노볼의 악령에서 벗어나 새롭게 출발하자는 취지에서 이렇게 결정했다”며 “대규모 손실을 반영했어도 지난해 이익이 났다”고 말하면서 허탈하게 웃었다. 실제로 윈포넷은 지난해 매출 294억원에 영업이익 49억원을 올렸다. 창사이래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순이익은 스노볼 손실을 반영하느라 2억원에 머물렀다. “스노볼에 가입된 금액이 회사 수출규모의 10%를 좀 넘는 25만 달러 규모여서 1년 고생한 것으로 막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배 세배 규모로 가입해 몇 년동안 죽도록 일해서 은행돈을 갚아야 하는 처지가 됐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지금은 행복하고 마음이 편합니다” 스노볼 때문에 고환율이 괴로웠던 윈포넷은 지금은 오히려 높은 환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을 수출이 차지하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라 이익률이 좋아질수 밖에 없기 때문. 1분기의 경우 73억원 매출에 1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영업이익률이 16.1%에 달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의 경우 지난해보다 22% 가량 늘어난 360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윈포넷이 이 같은 파생상품 손실에도 끄덕하지 않고 탄탄하게 성장해 올 수 있던 것은 바로 신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속해온 바이어들과의 끈끈한 관계 덕분이다. 권 사장은 “지금 거래하고 있는 대부분의 바이어가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 만났다”며 “8~9년이 지났지만 바이어들 대부분이 이탈하지 않고 한결같이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어들과의 돈독한 관계는 최근 대규모 장기공급 계약 체결로도 입증됐다. 지난해 12월 미국시장을 담당하는 한 바이어와 3년동안 6,600만 달러 규모의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 이는 윈포넷의 연간 매출로 따지면 무려 3배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인 셈이다. 윈포넷은 이제 스노볼 손실을 털어버리고 대규모 장기공급 계약까지 체결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바로 개인영상저장장치(DVR) 주력업체에서 벗어나 종합 영상보안 장치업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내로 보급형 인터넷(IP)카메라를 출시하고, 차세대 영상보안장치인 네트워크영상저장장치(NVR), 비디오서버, 보안솔루션 등의 전방위적인 제품군을 갖출 계획이다. 권 사장은 “특히 NVR과 IP카메라 영역에 집중함으로써 새롭게 부각되는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존 DVR 매출과 신제품 매출이 균형을 이루도록 만들어 탄탄한 매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DVR 등 영상기기 전문업체 유럽·亞 등 50여개국 수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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