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결정이 아닌 정치적 논리로 풀릴까 걱정입니다." 한 케이블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수 년간 논의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거의 다듬어졌지만 막판에 종합편성채널ㆍ지상파 방송사 등이 "CJ 계열사에 대한 특혜법"이라며 문제를 제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쟁점은 개정안의 방송프로그램공급자(PPㆍProgram Provider)에 대한 규제 완화 조항이다. 현재는 단일 PP가 국내 전체 PP 매출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으나, 개정안에는 이를 49%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종편ㆍ지상파 측에서는 "사실상 CJ E&M이 방송 콘텐츠 시장을 독과점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에 대한 규제 완화 조항도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안에는 CJ헬로비전 같은 MSO가 지금처럼 전체 케이블 가구의 3분의 1이 아닌 전체 유료방송(케이블ㆍ위성방송ㆍ인터넷TV) 가구의 3분의 1까지 가입자 수를 늘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경우 특정 MSO가 확보할 수 있는 가입자 가구 수는 현재 480만여 가구에서 760만여 가구까지 늘어난다. 이 역시 케이블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에 대한 특혜라는 게 종편ㆍ지상파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反)CJ진영'이 형성돼 밥그릇 싸움에 나선 모양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특히 종편이 애초 계획과는 달리 지상파가 아닌 CJ와 경쟁하는 구도다 보니 견제하는 것"이라며 "몇 년을 끈 방송법 개정안인데 이해관계 때문에 논란이 벌어지는 모습이 아쉽다"고 말했다. "PP에 대한 규제를 49%로 단번에 풀어주는 건 위험할 수도 있지만, 33~49% 사이에서 단계적으로 풀어주면 될 일"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이야기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는 기업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 탓에 '대기업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편 등의 주장과는 달리 개정안에는 대형 PP들의 독주를 막을 조항이 포함돼 있다. SO가 중소 PP들에 의무적으로 20%까지 채널을 할당하도록 하는 의무편성 조항 등이 대표적이다. 아무리 콘텐츠가 좋다고 해도 케이블 방송의 채널 전부를 한 곳의 콘텐츠로 채울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MSO에 대한 규제완화안 역시 전체 케이블 사업자가 이번 개정안을 반기는 상황에서 '특혜'라는 주장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CJ헬로비전과 티브로드, 씨앤앰 등은 IPTV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SO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수년째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한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콘텐츠 육성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사업자 간 의견 조율에만 급급하다 보니 이런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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