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장중 100엔당 966원34전(외환은행 고시기준)에 거래됐다. 전날 969원19전으로 장중 연저점을 경신한 기록이 하루 만에 깨진 것이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20일(954원 95전) 이후 약 6년여래 최저치다.
원·엔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엔화 약세폭이 원화보다 크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이 소비세 인상의 악영향을 줄이고자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막대한 경상흑자에다 추석을 앞두고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매도하고 있어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섰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협의회를 열고 "최근 엔저가 다시 심화되고 있는 만큼 원·엔 환율 동향 및 영향에 대해서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오후3시 현재 원·엔 환율은 100엔당 971원43전으로 970원대를 회복했다.
원·엔 환율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에도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무역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라며 "올 평균 원·엔 환율이 1,000원이면 총수출이 전년대비 7.5% 감소하고 950원일 경우 9.1%나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의 차별화 등으로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원화 가치는 대규모 경상흑자로 오히려 오를 것으로 예상돼 원·엔 환율은 하락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