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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연간 투자계획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아왔던 삼성전자가 이번에 24조원의 시설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에다 애플의 순이익도 추월했다는 자신감을 발판으로 한 것이며 아울러 최근 불거진 '스마트폰 성장한계론'을 잠재우기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발표로 ITㆍ모바일(IM) 부문의 영업이익률 저하와 동시에 고개를 들고 있는 스마트폰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2ㆍ4분기에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 순이익에서도 미국의 애플을 추월했다. 삼성전자의 2ㆍ4분기 순이익은 7조7,000억원. 이를 6월 말 환율(달러당 1,139원)로 환산하면 69억9,400만달러에 달해 애플의 순이익인 69억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IM 사업 부문의 경우 1ㆍ4분기보다 매출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오히려 소폭 하락하며 우려를 낳았다. 매출액의 경우 1ㆍ4분기 32조8,200억원에서 2ㆍ4분기에는 35조5,400억원으로 3조원 가까이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ㆍ4분기 6조5,100억원에서 2ㆍ4분기에는 6조2,800억원으로 2,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경기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투자한다는 연초의 방침을 철회하고 이날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공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하반기에 투자하겠다고 한 15조원의 금액은 중국의 시안 공장(낸드플래시 메모리)과 쑤저우 공장(LCD), 국내의 미세 공정 전환에 주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가 이미 시작된 7월에 올해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바로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과감한 투자로 씻어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실적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부가 포함된 디바이스솔루션(DS)의 영업이익이 3조원에 근접했다는 점이다.
우선 반도체의 경우 1조7,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디스플레이 사업부(삼성디스플레이)는 1조1,200억원의 실적을 보였다. 두 개의 사업부 영업이익은 지난해 이후 분기 기준으로 모두 최고치다. 다만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률(20.27%)은 시스템LSI의 부진으로 SK하이닉스(28.0%)의 영업이익률을 밑돌았다. 소비자가전(CE) 부문 역시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인 1ㆍ4분기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1ㆍ4분기 매출액은 11조2,500억원에서 2ㆍ4분기에 12조7,800억원으로 1조5,000억원가량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00억원에서 4,300억원으로 90% 이상 증가했다. 이는 프리미엄 가전 판매 급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향후 주가관리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명진 삼성전자 IR 팀장(전무)은 이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업계 전문가들이 삼성전자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경영진은 앞으로 주가 동향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기관 투자가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이처럼 주가 부양 의지를 내비친 것은 처음이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성장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주가 관리에도 본격 나서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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