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세입이 11조원 가까이 줄어들자 정부는 불용액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리는 고육책을 구사해 위기 상황을 관리했지만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이 2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갈 정도로 어려운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세수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올해 세수 전망치를 과연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찍히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0일 작년 회계연도 총세입부와 총세출부를 마감하고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지난해 정부 세입·세출 실적을 확정했다.
총세입부·총세출부 마감은 한 회계연도의 출납사무를 종결하고 정부 전체의 세입·세출 실적과 세계잉여금 규모를 확정하는 절차다.
현 부총리는 마감 행사에서 “지난해에 경기 침체로 세입 여건이 대단히 어려웠지만 각 부처가 적극 협업해 무난히 재정운용 마무리할 수 있었다”면서 “정부는 지난해 재정 운용 성과를 되돌아보고 올해 나라 살림을 더욱 알차게 운용하는 데 최선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201조9,000억원으로 추가경정예산안 당시 산정했던 세입 예산인 210조4,000억원보다 8조5,000억원(4.0%) 부족했다.
세수 실적이 정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일은 간혹 발생하지만 이처럼 큰 폭의 격차를 낸 것은 IMF 외환위기인 1998년의 -8조6,000억원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2012년 국세수입(203조원)보다 1조1,000억원 부족한 수치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관련 수치를 보유한 1990년 이후 세수 통계 중 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로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인 1998년(2조1,000억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조8,000억원) 이후 3번째다.
기재부는 실질 경제성장률(잠정)이 2.8%인데도 국세수입이 전년 대비 감소한 데 대해 ▲경기침체에 따른 법인세의 부진 ▲자산관련 세목인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부진 ▲이월 세수 영향에 따른 2012년 국세수입 기저효과 등을 꼽았다.
실제로 법인세 수입은 43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조1,000억원 줄었다. 반면 근로소득세 수입은 21조9,000억원으로 2조3,000억원, 종합소득세는 10조9,000억원으로 1조원 늘었다.
지난해 정부의 총세입은 292조9,000억원으로 10조9,000억원 적게 징수됐다.
일반회계에서 232조4,000원으로 당초 예산액보다 8조3,000원 적게, 특별회계에서 60조5,000원으로 2조7,000억원 적게 징수됐다.
총세출은 286조4,000억원으로 예산액과 전년도 이월액인 예산현액(예산액+이월액)의 91.9%만 집행했다.
일반회계는 예산현액의 94.5%인 229조5,000억원, 특별회계는 82.5%인 56조9,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세입 부족 등에 따른 불용액은 일반회계에서 10조5,000원, 특별회계에서 7조6,000원이 각각 발생, 1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앞서 세운 계획보다 못 쓴 돈 규모가 이 처럼 많다는 의미로 정부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전출금(일반회계→특별회계) 등 회계·계정 간 거래를 제외한 전체 순불용규모는 14조2,000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인건비·경상경비를 절감하고 미집행 예비비로 인한 가용재원과 기금여유자금 등 대체 재원을 활용해 사상 초유의 세수 부족 상황에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총세출과 총세입의 차액인 결산상잉여금은 6조5,000억원이 발생했다.
다음 연도 이월액인 7조2,000억원을 차감한 세계잉여금은 7,554억원으로 2012년의 1,484억원에 이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세계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된 것은 2012년이 처음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세수 목표 달성 가능성에도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정부의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는 216조5,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조6,000억원 많게 설정돼 있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인 3.9%를 달성하더라도 세수가 이처럼 늘어날 수 있는지가 불투명하다.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올해 세수 전망치는 비교적 보수적으로 작성됐다고 본다”면서 “소비와 투자가 개선되고 대외여건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세입 부족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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