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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 1부. 혁신만이 살길 <5> 숨은 인재 투자가 답이다

여성·외국인력만 잘써도 성장률 2%P 올라 … 차별·순혈주의 깨야

대졸여성 고용률 'L자형' … 잠재소득 손실분 30조

해외 전문인력 5만명도 안돼 글로벌 경쟁력 떨어져

경력단절자 일터 늘리고 외국인 생활환경 개선을


각종 기관들이 예측한 10년 뒤의 대한민국 잠재성장률은 2%대다. 1인당 국민소득이 채 3만달러에 미치지 못한 상황에서 잠재성장률마저 2%대로 추락, 성장 없는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여성과 외국인 등의 경제참여율을 높이면 성장률은 2%포인트 가까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는 2025년께 3.5~4%가량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결국 숨어 있는 인재 활용에 대한 혁신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삼성그룹은 475명의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여성 임원 15명, 외국인 임원 12명이 포함됐다. 두 분야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삼성그룹 전체 임원 2,100명 중 여성 임원은 50명. 2.38%에 그친다. 외국인 임원은 37명으로 1.76%다. 세계 유수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여성과 외국인력 활용에 있어서는 낙제점이다.

뒤집으면 앞으로 인재 확보에 따라 성장 여력이 훨씬 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 갈 길이 먼 우리나라는 특히나 인재에 목말라 있다. 출산 및 육아 시스템을 견고하게 만들어 여성인력을 일터로 끌어내고 외국 전문인력을 한국에 모시기 위해 조세제도는 물론 의료·교육·주거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성장률 견인, 결국 여성인력 활용에 달려=지난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미국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월가에서는 '리먼시스터스였다면 금융위기가 안 났을 것'이라는 말이 농담처럼 공공연히 돌았다.

남성 중심의 월가 문화를 꼬집은 것이다. 질리언 테트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여성이 마술이나 뛰어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다양한 시각, 경험, 성, 나이,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시야가 좁아지는 걸 방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한국의 시야는 좁을 대로 좁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2년 55.2%로 미국(67.6%), 프랑스(66.7%), 일본(63.4%)보다 현저히 낮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때문이다. 특히 고학력 여성은 고용시장에서 아예 퇴출당한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대졸 여성의 고용률은 60.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9.3%)과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진다.

한국 여성 평균 고용률이 OECD 평균보다 8.3%포인트 낮은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의 차이다. 이혜림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경력단절을 경험한 대졸 여성은 아예 노동시장에서 퇴장해 40~50대가 돼도 고졸 여성처럼 'M자형'으로 고용률이 회복되지 못하고 'L자형'을 나타낸다"며 "대졸 여성의 잠재소득 손실분은 2012년 기준 약 30조원"이라고 말했다.



고급 여성인력의 경력단절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다. 포춘지가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상위 25%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9%로 하위 25% 기업(9.1%)보다 높다.

여성부 초대 차관을 지낸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한국 경제의 퀀텀점프를 위해선 새로운 인풋이 필요한데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고학력 여성을 활용하지 않고는 경제활력을 높이기 어렵다"며 "고용률 70% 달성도 여성 고용률을 올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근로, 근로시간조정청구권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여성 일자리 확산을 추진 중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북유럽에서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근로시간조정청구권'을 도입해 풀타임 근로자가 파트타임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풀타임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법제화한다면 출산·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혈주의 깨고 해외 두뇌 모셔야=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158만명이다. 이 가운데 전문인력은 4만6,043명이다.

대기업은 주로 해외지사에 인력을 직접 채용하지만 중소기업은 해외에서 직접 구해오기는 비용부담이 커 산업통상자원부의 '골드카드', 미래창조과학부의 'IT카드' 등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고급인력을 들여온다.

하지만 한국에 들어온 전문인력 가운데는 취업비자가 아닌 단기비자로 들어온 사람도 있고 전문인력 내에서도 전문성에 격차가 커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부처별로 인력관리가 나뉘다 보니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도 없다.

유 부장은 "다른 나라에선 이민청이 이런 기능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위원회 조직이라 관리가 느슨한 편"이라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출산율은 1.2명에 불과해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2.1명에 턱없이 모자란다"며 "국내 노동자를 대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숙련된 인구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고급인력에게 한국을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노력도 중요하다. 언어는 물론 의료·교육·주거 등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중장기 계획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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