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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위기 어떻게 풀것인가] 3. 소비자도 변해야
입력2003-03-18 00:00:00
수정
2003.03.18 00:00:00
신경립 기자
“내가 갚고 싶을 때 갚으면 되지 않겠냐”
“높은 연체율 받아 배불리는 카드사에게 낼 돈은 없다”
지난해 이래 신용카드 빚 때문에 발생하는 범죄나 사고 급증으로 카드사들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과 때를 같이 해서, 카드사 돈을 빌려 쓰고도 갚을 능력이 없거나 갚지 않는 연체 회원들은 어느 때보다 당당해졌다.
A카드사의 연체 상담사 김모씨가 하루에 거는 연체금 납입 안내 전화는 하루 약 300통. 이 가운데 10~15건은 “니가 뭔데 돈을 내라 말라 하느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전화를 끊어 버리기 일쑤다. 연체자가 급증한 지난 하반기부터 이 같은 `막무가내`식 회원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 불량자 수는 274만명.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와 대출금 연체 증가 추세를 볼 때 신용불량자 300만명 돌파는 이제 시간 문제다. 특히 이 가운데 신용카드와 관련된 개인 신용불량자 수는 159만명. 지난 2001년 말에 비하면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50% 이상이 늘어났다.
카드사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연체를 잡기 위해 채권담당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만기일이 오기도 전에 대출납입 안내를 하는 등 온갖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상환 여력이 있는데도 “못 갚겠다”고 버티는 일부 악성 연체자들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신용불량자 사면이나, 개인 워크아웃 등이 일부 소비자에게 악용되면서, `버티면 안 갚아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한다. 또 최근 카드사들이 대손상각한 채권을 원가의 20~30%에 팔아 넘길 정도로 부실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채권추심업체들이 “절반만 갚으면 넘어가겠다”고 흥정을 벌여 마진을 챙기고 있는 점도 연체자들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정부 정책과 업계의 자구 노력이 이행된다고 해도, 정작 카드 사용자들의 그릇된 인식이 바뀌기 전에는 카드사 위기의 근원인 `연체`의 불씨는 살아있는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명식 상명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의 신용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즉흥적인 신용불량자 대책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개인 신용이 깨지면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 충격 요법을 써서라도 분명한 원칙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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