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애숙씨의 소설은 집요하게 사랑이란 주제를 파고든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벌이는 사랑 속에 파묻힌 인간의 욕망과 본질은 대부분 소설들이 다룬 주제지만 그녀의 소설은 보다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목표를 겨냥한다. 저자의 첫 소설집인 이 책은 지난 5년간 문예지 등에 발표한 10편의 소설을 담았다. 표제작인 ‘장미 주유소’는 권태기를 맞은 대학교수의 아내와 섹스중독자인 주유소 주인 남자의 불륜이 소재다. 등장 인물의 설정이 말해주듯 이 소설은 사랑이란 주제를 에둘러서 다루려 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대 허영심에 사로 잡힌 욕망을 진솔하게 표현할 뿐이다. 쉰 살의 나이로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고 늦깎이 등단했던 저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하는데 결코 체면을 차리려 하지 않는다. “나이 많은 작가는 자기경험과 세계에만 빠져 소설의 다양성을 놓칠 수 있다. 의도적으로 편협한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소설에 다양한 인물을 등장시켰다.” 등단작인 ‘명문 아파트’는 짝퉁 명품 가게 여주인이 주인공이다. 짝퉁 가게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거짓과 위선을 꼬집는다. ‘슬픔의 돌’에는 보석가게를 운영하는 이혼녀와 주차 경비원의 사랑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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