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연간으로 14년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국가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적표다. 하지만 몇 년간의 궤적을 따져보면 불안감도 포착된다. 특히 올해는 1월부터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은행은 "1월 경상수지가 적자가 나도 펀더멘털과는 상관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수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지 않는 한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30일 '2011년 12월 및 연간 국제수지 동향(잠정)'에서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276억5,000만달러로 당초 흑자 전망치(272억달러)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월간으로도 12월은 39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면서 22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수출호조가 흑자를 늘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흑자는 대부분 수출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상품수지는 기계류ㆍ정밀기기ㆍ철강제품ㆍ승용차 등의 수출이 늘면서 321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또 서비스수지의 적자규모는 지난 2010년 86억3,000만달러에서 43억8,000만달러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는 여행수지 적자(84억2,000만 달러→71억6,000만달러)와 지적재산권 사용료, 사업서비스 지급 등 기타 서비스 적자(95억1,000만달러→64억8,000만달러)가 줄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흐름을 올해도 이어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연간 흑자규모는 2009년(327억9,000만 달러)을 고점으로 꺾이기 시작하더니 지난해는 2010년에 비해 17억달러 이상 줄었다. 특히 경상수지 흑자폭을 결정하는 수출이 1월부터는 주춤하다. 한은은 1월 무역수지 적자가 곧 위험신호는 아니라고 애써 강조하고 있다. 김 국장은 "1월 들어 무역수지 적자가 예상되지만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327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2009년에도 1월 무역수지는 24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긍정적인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이 엄청난 규모의 돈을 찍어내면서 적자재정으로 경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올해 우리나라의 경우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출전선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무역규모가 줄면서 적자가 나타난다는 것은 세계경제는 물론 내수도 좋지 않다는 것을 뜻하는 만큼 유심히 동향을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