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째 주 제주도로 휴가를 떠나려 했던 이모씨(40)는 7월초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어떤 항공사에서도 항공권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8월 중순에는 가능할까 하고 다시 검색을 했지만 역시 '만석'. 결국 이씨는 비행기를 포기하고 멀미를 감수하고 배를 타고 가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올 초 부진했던 항공 관련주는 다시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유가 상승세가 최근 내림세로 돌아서고 여행객이 늘어나는 등 업황 개선 조짐이 보이는 데다 항공사들이 장거리 비행기를 확충하면서 3ㆍ4분기부터 고공 비행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 초에만 해도 항공업체는 일본지진의 여파, 고유가, 정보기술(IT) 업종의 침체로 인해 3중고를 겪었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6월 인천공항의 총 운항횟수는 1만8,446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1%나 증가했다. 국제선 여객은 2,809만 명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9% 늘어났다. 이는 일 평균 9만3,633명으로 인천공항 개장 이래 6월 이용객수로는 사상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항공업체들이 6월 회복기에 들어선 뒤 여름 휴가철 이후부터 본격적인 실적 확장 국면에 돌입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일본 여객 수요의 회복과 유류할증 덕분에 3ㆍ4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지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4월 일본 여객 수요가 30% 가량 감소했지만 7월 중순 이후 일본 지역 여객이 전년 동기 수준으로 회복하며 곧 정상 수준에 복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유류할증료는 오르지만 제트유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실적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 연구원은 "항공사의 급유 단가는 현물인 제트유가에 한달 정도 후행한다"며 "6월부터 제트유가가 하락하고 있어 7~8월 항공사의 연료비 부담이 완화되면서 유류할증료 수입은 증가하게 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A380을 도입해 공급 능력이 확대됐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A380 5대를 도입하는 등 장거리 수송 능력이 개선돼 동북아ㆍ미주ㆍ유럽 환승 수요를 흡수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금증권은 대한항공이 올 상반기 실적 부진을 털어내고 올해 11조 6,884억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순이익은 6,732억원을 거두며 지난해보다 2,000억 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성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의 연간 실적을 판가름하는 건 올 3ㆍ4분기"라며 "상반기 부진을 털어내며 2,9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시아나 항공 역시 성수기를 맞아 수요 회복의 효과를 톡톡히 볼 것을 보인다. 지현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여객 매출에서 일본 노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21.4%에 달할 정도로 높은 상황이어서 일본 대지진 여파가 컸다"며 "지난 4월 38% 가까이 하락한 감소했던 일본 여객수요가 7월 이후 정상화 돼 3ㆍ4분기에 수익 증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나 항공은 이와 더불어 대한통운 지분 매각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아시아나 항공이 대한통운의 보유지분 433만주를 매매하면 약 9,314억원의 현금이 유입되며 매각 차익만 2,389억원을 거둘 전망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대한통운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되면서 항공기 투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등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실적과 더불어 재무구조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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