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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복지/의료보험] 기고.. 더불어사는 건강사회 실현

조용직(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 이사장)의료보험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욕구인 의료문제를 사회공동체가 연대하여 해결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 중의 한 축이다. 우리나라는 의료보험 제도를 시행한지 불과 12년만에 전국민 의료보험시대를 열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급속한 양적 성장이며 국민 모두에게 병원문턱이 낮아지고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기본적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직장별, 지역별로 운영되어 오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보험료 부과기준 차이로 인한 계층간 지역간 부담의 형평성 결여, 조합간 구조적 재정불균형의 심화에 따른 급여수준의 하향평준화와 불합리한 보험료 수가와 수가구조의 불균형, 그리고 의료공급체계의 왜곡과 의료서비스의 질저하, 다수조합의 운영으로 인한 관리체계의 비효율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들로 의료보험을 둘러싸고 의료이용자와 의료공급자 모두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 나왔다. 이러한 의료보험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통합주장이 그동안 학계·농민·노동자, 각 사회단체 등으로부터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97년 12월 국민의료보험법이 제정·공포되어 작년 10월 지역의료보험과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이 우선 통합된 데 이어 지난 2월 국민건강보험법이 제정·공포됨으로써 이제 6개월후면 직장의료보험까지 통합된 국민건강보험시대가 열리게 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의료보험의 통합은 시대적 요청이었으며 국민적인 여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의료보험의 통합은 조합에 국한되던 위험분산 기능을 전국민에 확대하여 국민 개개인의 부담능력과 형편에 상응하는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를 부담케 하고 적정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보장함으로써 전국민적 차원의 사회안전망을 만들고자 함이다. 그리고 지역과 계층을 초월하여 어려운 국민을 서로 돕는 사회연대성의 기능을 강화해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것도 물론이다. 작년10월 지역의료보험 통합에 따라 전국적으로 피보험자중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62.2%가 보험료가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37.8%가 보험료가 올라 부담의 공평성을 상당히 달성했듯이 내년에 완전 통합시에는 직장근로자간에도 소득수준에 따라 통일된 기준에 의거 보험료가 부과됨으로써 부담의 형평성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직장의료보험은 조합간에 심지어는 같은 조합내에서 조차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가 오히려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불공평함이 있다. 또한 통합법에는 직장보험이 피부양자중 소득이 있는자에 대해서는 부담능력에 상응한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 부과’라는 사회보험의 원칙을 실현할 수 있고 보험재정도 확충할 수 있어 재정안정에도 기여하게 된다. 통합보험은 위험분산의 범위가 전국민적으로 확대되어 부담과 급여의 조정이 수월해짐에 따라 전체 보험재정 수준에 맞는 적정급여와 적정급여를 시행하기 위한 적정부담의 설계가 용이해진다. 통합의료보험은 지금까지의 치료중심에서 산전 산후진찰 등 예방급여와 재활서비스, 건강증진 프로그램 등 포괄적 급여를 실시하는 건강보험으로서 국민건강을 한층 증진시킬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조직축소 및 인력감축으로 인한 관리운영비 절감, 의료기관과 협상력강화 등에 따른 효과적인 의료비억제, 가입누락 및 부당수급의 사전예방으로 보험재정 누수방지를 통해 국민부담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급여확대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지난해 공·교보험과 지역보험 통합시 기존의 246개 지방조직이 188개로 축소되는 등 사무소 관리운영비만 연간 약566억원이 절감되고 약 1,200명의 인력감축분까지 감안하면 1,00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효과가 있었다. 내년 직장의료보험까지 완전통합되면 140개 지방사무소도 흡수 조정하게 되어 적지 않은 비용절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동안 방만하고 파행적으로 운영되었던 조직관리가 경영효율을 제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재구축될 것이며 아울러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서도 보험가입자와 보험자, 의료공급자 및 정부의 참여에 의한 4자간 협조와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민주적제도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밖에 종전에는 소속 조합에서만 가능했던 민원서비스를 전국의 지방사무소 어디에서나 보다 편리하고 신속하게 받을 수 있게 되어 민원만족도가 크게 향상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직장보장사에 있어서 획기적인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작업이 조용하면서도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의료보험 통합은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국민과 약하고 가난한 국민이 함께 하나되어 서로 돕고 서로를 나누는 가운데 ‘더불어 사는 건강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며 이를통해 국민통합을 달성함으로써 21세기 선지복지국가를 향해 성큼 도약하는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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