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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경쟁시대다(사설)
입력1997-10-20 00:00:00
수정
1997.10.20 00:00:00
우리나라의 국가현안 가운데 교육문제처럼 골치 아픈 것도 아마 없을 것이다. 교육문제의 으뜸은 역시 대학입시다. 사회적 신분변화를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중 하나가 바로 대학졸업장이어서 대학진학은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들에게 돌아간다. 학부모들이 사교육비 부담으로 받는 고통은 어떻게 형용할 수 없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예산만 투입하면 교육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같다. 앞다투어 국민총생산(GNP)의 6%, 심지어는 7%까지 투자를 공약하고 있으나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는 대권후보들의 이같은 문제제기를 의식해서인지 이번에 전국 1백50개 대학의 절반에 해당하는 73개 대학에 최소한의 교육여건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학과 신·증설과 증원을 자유로이 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의 조건은 대학설립 운영규정을 기준으로 교원 및 교사 확보율을 각각 50%이상, 94년 ·95년 학생 1인당 교육비 2백50만원 이상을 하한선으로 정했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대학에는 자율권을 준 것이다. 교육부의 계산으로는 산업대와 교육대를 제외한 전국대학의 98년 입학정원은 지난해 보다 3만5천여명이 많은 31만7천여명이다. 경쟁률은 입시생의 자연증가를 고려할 때 작년과 비슷한 1.7대1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권후보들 공약 비현실
교육부의 이번 결단은 대학정원 정책을 대학에 돌려주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보완해야 될 점도 많다.
우선은 교육의 질 저하 문제다. 이 점을 감안, 교육부는 정부정책을 잘 따라주는 대학을 선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교육부가 마련한 대학설립운영 규정은 최소한 그 정도는 갖추어야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서 제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정을 지키는 대학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니 질 높은 교육이란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렵게 돼있다.
○자율권 부여는 잘 한일
우리대학의 현실은 단순히 대학생 자신만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이라는 차원에서도 문제다. 우리기업 가운데 전자·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의 몇몇분야는 세계 10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의 정예부대가 될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국제적 순위가 2백위권 밖이라면, 그러한 곳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어떻게 우리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기업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많은 돈을 투자, 재교육을 시키고 있다. 대학당국이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고 배출만 해 기업이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이제 과거보다 더 열악한 환경하에서 교육을 받은 대학졸업자들이 사회로 나오게끔 됐다. 기업부담은 더 늘어날 양상이며 이에따라 기업의 국제경쟁력 역시 그만큼 뒤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있다. 교육부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학경영의 투명성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예를 보면 몇몇 대학에서는 등록금을 받아 교육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학생들만 무작정 증원, 등록금으로 방만하게 대학경영을 하는 곳을 철저히 징계해야 한다. 정원책정권을 대학에 돌려준 본래의 뜻을 살릴 수 있도록 교육부는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정보통신 등 분야 증원을
대학이 소수 엘리트를 위한 정예교육기관에서 이제는 일반대중 교육기관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양적 팽창은 어쩔 수 없다. 교육부는 우리의 현실에 맞는 정책을 개발해야 될 것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학생이 대학에 입학한 후 자신의 취미와 적성, 그리고 장래희망 등을 감안해 교육기회를 선택할 수 있는 대학학부제 실시는 대단히 잘한 일이다. 앞으로 교육부는 각 대학의 설립목적, 교육 수요자의 요구, 지역사회의 특성 등을 감안해 대학마다 특성을 살리는 교육을 장려해야 한다.
정보화사회에서는 다양한 직종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같은 인력수요에 대응한 다양한 교육체제도 유도해야 한다. 사회적 수요가 적은 학과의 학생들이 졸업 후 실업자생활을 하게 된다면 개인은 물론 국가자원의 낭비다. 넓게 보아서 정보통신 등 이공계는 늘리고 인문계는 증원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끌어가야 될 것이다. 단순히 대학설립 규정상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한 학교만 지원해서는 안된다. 특성화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대학과 사회적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는 대학에 과감히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교육부의 섬세한 정책개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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