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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건설부문 합병이다.'
삼성그룹 계열사 간 통폐합을 통한 사업 재편이 숨 가쁘게 진행되면서 다음 합병 수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에 이어 삼성종합화학과 석유화학을 합치기로 한 만큼 곧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건설부문도 한곳으로 사업을 모으는 사업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를 통해 유사업종을 모아 시너지를 내면서 3세 분할구도도 구축한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에서 건설업종을 영위하는 회사는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건설부문, 삼성에버랜드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종합화학과 석유화학이 오는 6월1일까지 합병을 마치면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이 된다"며 "삼성물산을 맡는 3세가 중화학과 건설사업을 모두 총괄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부진 사장 위상 분석 엇갈려=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하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사장의 지분율은 4.91%가 된다.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삼성석유화학 지분 33.2%를 보유, 최대주주의 자리에 있었지만 합병법인에서는 5% 미만 주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신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33.99%)이 된다. 이어 삼성테크윈(22.56%), 삼성SDI(9.08%)
삼성전기(8.91%), 삼성전자(5.28%) 등의 순이다.
재계에서는 그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자·금융계열사를 맡고 이부진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차녀인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이 패션·미디어 부문을 맡게 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이번 합병으로 이부진 사장의 지분율이 크게 미미해지는 만큼 새로운 구도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건설과 중화학사업까지 관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물산 최대주주가 전자계열인 삼성SDI라는 점에 주목한 해석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 분석도 있다. 이부진 사장이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 중 유일하게 화학 합병법인의 개인주주가 되기 때문이다. 삼성종합화학은 거대 화학사 삼성토탈 지분 50%를 보유한 회사로 이 사장이 결국 삼성토탈에 대한 영향력까지 행사하게 된 게 이번 합병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곧 건설부문 합병 이어진다"=삼성 사업 재편의 다음 순서가 건설부문이 될 것이라는 데는 재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조정 또는 합병 발표가 임박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삼성SDI의 제일모직 인수 결정으로 통합 삼성SDI가 삼성물산(7.18%)과 삼성엔지니어링(13.1%) 두 회사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도 이 같은 예상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현재 구도에서라면 통합 삼성SDI가 향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삼성물산에 넘길 경우 삼성물산은 기존 보유분을 포함,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20.91%를 갖는 최대주주가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순의 지배구도가 성립된다. 아울러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도 얼마든지 가능한 구도가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물산과 엔지니어링은 각각 사업영역 중첩 분야가 거의 없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합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물산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건설 및 중화학사업 전체에 대한 후계구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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