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는 어렵습니다. 진입장벽도 높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하드웨어를 잘한다고 소프트웨어를 잘할 수는 없습니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분야에서 한국에 큰 사업 기회가 있다고 보고 사업확 장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투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마크 허드(58·사진) 오라클 공동대표는 최근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LG전자 등 한국의 하드웨어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라클은 지난 1977년 래리 엘리슨 등이 만든 회사로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업체다. 허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5년 동안 NCR·HP 등에서 일했고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25인'에 선정되는 등 업계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엘리슨이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사프라 카츠와 함께 오라클 공동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소프트웨어를 잘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며 "(40년 가까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오라클도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대로 만드는 데 6~7년의 시간이 걸렸고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SAP가 지금 당장 시작해도 오는 2021년쯤에나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드웨어 역량과 소프트웨어 개발은 연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허드 CEO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완전히 별개의 역량이지만 둘의 역량을 모두 확보하고 융합할 수만 있다면 마법이 일어난다"며 "(둘을 합치면)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성능을 저렴한 가격에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는데 그건 아주 어려운 일로 오라클만 해냈다"고 자랑했다.
이어 "오라클도 선마이크시스템스 인수라는 행운이 있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합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국내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를 포기하고 하드웨어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직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말고 기업인수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조언한 것이다.
오라클은 클라우드를 앞세워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허드 CEO는 "지난해 2·4분기(2014년 9~11월) 클라우드 매출은 45%, 총 예약률은 140% 이상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매출이 더 빠르게 성장하면서 클라우드 분야의 1위 업체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허드 CEO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을 유일하게 방문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한국에 강력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고 사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가 동반돼야 하기 때문에 여려 형태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라클이 한국에 클라우드엔지니어링센터를 건립할지 관심이다. 오라클은 2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 차세대 플랫폼과 인프라 개발을 위한 '클라우드엔지니어링센터'를 만들고 대규모 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실리콘밸리와 콜로라도·시애틀 등 미국은 물론 영국과 남아프리카 등으로 센터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혀 한국에도 센터가 들어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허드 CEO는 또 "거대한 디지털 파괴가 진행되고 있고 고객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져 기업들의 효과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며 "기업들에 새로운 도전과제지만 동시에 기회인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정보기술(IT)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고객들은 이미 일상 속으로 들어온 클라우드·빅데이터·소셜네트워크·모바일·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디지털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한다"며 "이런 변화에 손 놓고 있는 통신사나 금융사 등 기업들은 금방 고객을 잃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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