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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30달러 시대] 유가 떨어지는데 휘발유값 역주행 왜?

원화 약세로 수입비용 증가

높은 세금도 인하 여지 줄여

국제유가가 6년반 만에 30달러대에 진입한 25일 서울 인근 주유소에서 한 직원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환율 상승과 과도한 세금 탓에 예전과 별 차이가 없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소비자 체감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송은석기자

서울 방배동에 사는 직장인 박동일(32)씨는 요즘 주유소를 갈 때마다 찜찜하다. 국제유가는 내린다는데 동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올라서다. 박씨는 "뉴스에서는 국제유가가 뚝뚝 떨어진다는데 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매주 오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씨의 말처럼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최근 몇 달간 휘발유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수입 원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5월 60달러에서 이달 들어 4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휘발유 가격은 1ℓ당 1,500원에서 1,600원선으로 되레 상승하고 있다.

역주행의 직접적 원인은 원화 약세. 두바이유 가격은 5월 평균 63달러에서 6월 60달러, 7월 55달러, 이달 46달러까지 하락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5월 1,091원 △6월 1,112원 △7월 1,143원 △이달 1,200원선에 근접하며 유가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정유회사의 수입비용이 더 늘어나 휘발유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실제로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한 휘발유 가격은 4월 1,420원에서 5월 1,495원, 6월 1,508원까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도 4월 1,507원에서 5월 1,542원까지 덩달아 뛰었고 지난달에는 1,576원까지 상승했다. 유가가 40달러대에 진입한 이달 들어서야 휘발유 가격이 20원가량 내린 1,560원선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가팔라지는 원화 약세 속도를 볼 때 휘발유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여지도 있다.



60%에 이르는 높은 세금은 기름값을 내리는 데 구조적 장벽이다. 휘발유 소매가격이 1,500원일 때 붙는 유류세는 무려 908원. 고정된 세금 때문에 주유소들은 유가가 내릴 때 도매가와 소매가의 차이인 마진이 감소하며 휘발유 가격을 내릴 여지가 줄어든다. 반대로 유가가 오르면 세금을 뺀 휘발유의 가격을 높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진다. 실제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1ℓ당 평균 마진은 5월 46원에서 6월 72원, 지난달에는 104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올 들어 유가 하락과 함께 원화 약세도 진행되면서 시중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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