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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병환자,'이유있는' 위장 이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혼은 했지만 중풍으로 누워 있는 남편을 싸늘한 방바닥에 버려두고 떠날 수는 없잖아요』만성 신부전증 때문에 가산을 탕진하고 3년 가량 치료비를 부담하던 자식들도 등을 돌리자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기 위해 지난 95년 남편과 위장이혼한 양모(63·여)씨의 피눈물나는 절규다. 정기적으로 혈액 속의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는 투석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만성 신장병 환자들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처럼 위장이혼을 하며 눈물로 가정을 깨고 있다. 한국신장협회 부산지부는 19일 부산지역의 만성 신부전증 환자 2,5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여성환자의 70% 이상이 법적으로 이혼한 상태고 남성의 경우도 이혼율이 40%를 넘는다고 밝혔다. 한국신장협회는 양씨와 비슷한 처지인 사람이 부산지역에서만도 최소한 500명은 넘고 전국적으로는 2만5,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은 올해부터 장애인으로 등록됐으나 다른 장애인과는 달리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야 무료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특수성 때문에 눈물을 삼키며 가정을 버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4인가족 기준으로 월 소득이 93만원을 넘어서는 안되고 전용면적이 50㎡ 이상인 주택을 소유해서도 안되며 만18세 이상의 부양가족이 있어도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혈액 속의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하는 투석과 약값으로 매월 70만~100만원이 들어가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있는 가정에 월100만원 가량의 수입을 올리는 부양가족이 있다면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되지 못한 만성 신부전증 환자가 있는 가정은 엄청난 치료비로 가산을 탕진해야 하고 자식들은 결국 부모에게 등을 돌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은 자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자신의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위장이혼이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하고 있다. 신장협회 관계자는『현재로서는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이 목숨을 부지하는 길은 위장이혼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환자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이란 부양해 줄 가족없이 혼자서 사는 것처럼 위장이혼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위장이혼은 대부분 실제 이혼과 가정파괴로 이어지고 환자들은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채 정부의 도움에만 의존해 살아가는 빈민계층으로 전락해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환자들은 『만성 신부전증 환자는 다른 장애와 달리 당장 치료를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뿐 아니라 평생 투석과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며 『부양가족과는 관계없이 환자만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 무료치료혜택을 줌으로써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흥걸기자HKRYUH@SED.CO.KR 입력시간 2000/05/19 18:21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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