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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우리나라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은 일개 기업이 추구하기 어려운 목표다. 철저한 경쟁사회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한 기업경영이 사회 전반은 물론 다른 기업들에까지 실리를 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기업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마이클 유진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처음 발표한 공유가치경영(CSV·Creating Shared Value)이 그것이다. 이들 기업은 수익창출 이후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기업활동 자체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CSV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동반성장이라는 행복 바이러스를 빠르게 퍼뜨리고 있다.
'현대판 홍익인간'을 추구하며 착한 기업으로 활동하는 대표 업체는 한국암웨이다. 이 업체는 외환위기의 삭풍이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1998년 4월부터 '원포원(One for One)' 프로젝트를 16년간 꾸준히 진행해왔다. 원포원 프로젝트란 미국 본사 제품 1종이 국내에 출시될 때마다 국내 중소기업 제품 1종을 추가로 자사 유통망에서 판매하는 프로그램이다. 시행 당시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소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자 시작했다. 특히 국내는 물론 해외 판로까지 열어주면서 중소기업들의 위기탈출과 함께 새로운 도약의 기회까지 제공해 한국암웨이는 '글로벌 키다리 아저씨'로 통한다.
한국암웨이 관계자는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원포원이라는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도입했다"며 "시행 초기 21개 기업, 40여종의 제품에 불과했으나 원포원 프로젝트의 성공사례가 널리 알려지면서 현재는 100여개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박세준 한국암웨이 대표는 "원포원 프로젝트는 국내 중소기업의 판로 제공은 물론 100여개국에 현지법인을 보유한 암웨이의 유통 파워가 크다는 점도 입증했다"며 "국내 중소기업이 가진 높은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어 앞으로 더 많은 회사와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나가 아닌 둘이 상생을 꾀한 원포원 프로젝트의 효과는 컸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던 토종 생활용품 전문기업 깨끗한 나라가 한국암웨이의 원포원 프로젝트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깨끗한 나라는 외환위기 전까지 100% 원자재 수입과 박리다매 구조 등 어려움 속에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강소기업으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치솟는 환율에 발목이 잡혔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수입해온 3호기의 달러 결제가 환율급등으로 어려워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때 깨끗한 나라는 여성용품 브랜드 '후아'를 원포원 전용 브랜드로 개발, 출시 첫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외환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깨끗한 나라 관계자는 "당시 원포원 프로젝트 계약 체결 이후 곧바로 제품개발팀을 구성해 울트라 슬림패드, 순면감촉 커브패드 등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했다"며 "후아가 큰 호응을 얻고 한국암웨이가 한 달에 두 번 현금으로 결제해주면서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특히 "국내외에 안정된 판로를 확보할 수 있게 돼 외환위기 이후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인 진미식품도 마찬가지다. 한국암웨이와 인연을 맺고 공장화재·고추파동·외환위기 등의 시련을 잘 넘겼다. 한국암웨이가 프리미엄 장류 판매를 제안해 '발아현미가 들어 있는 찹쌀고추장' '콩메주로 띄워 만든 우렁된장' '갖은 양념이 어우러진 녹차쌈장' '가쓰오부시로 맛을 낸 양조간장' 등을 잇달아 개발했고 이를 해외 암웨이 자영사업가(IBO)들이 인정하며 일본암웨이까지 수출하게 됐다.
건강기능식품 업체 쎌바이오텍도 한국암웨이와의 제휴로 '인테스티 플로라 7 바이오틱스'를 미국·일본·대만·홍콩·말레이시아 등에 7년째 수출하고 있다. 연간 200만달러 이상의 실적을 올리면서 회사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생활용품 업체인 기동산업 또한 한국암웨이를 통해 철수세미인 '스크럽버즈'를 미국과 일본·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수출규모는 200만달러를 웃돈다.
한국암웨이 관계자는 "원앤원 프로젝트 등으로 국내 우수 중소기업의 제품을 국내외에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묶여 있는 각국 암웨이 네트워크에 소개하는 RSI(Regional Synergy Initiative)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전세계 66개국의 암웨이 지사를 연계해 글로벌 단위에서 구매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제품과 원료·부품을 소싱하는 글로벌 구매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암웨이는 판로확대는 물론 개발지원에도 적극적이다. 2010년부터 '암웨이 신기술·원료 글로벌 사업화 프로젝트(Amway GDP)'를 통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농업기술실용재단, 이화여대 바이오푸드네트워크사업단, 한국바이오협회,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등과 손잡고 중소기업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있다. 사업 첫회에만도 총 160개 기술이 접수됐고 이 중 14개 건강기능식품 및 화장품 원료, 기기 관련 기술을 선정해 제품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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