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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기 수출진작 + 장기 국부창출… 불황형 경상흑자 악순환 끊는다

■ 문턱 낮아지는 해외투자

외국환거래법 체계 전면 손질 왜

수출 부진 속 수입은 더 줄어 흑자 갈수록 쌓여

해외투자 위해 달러 배출 증가 땐 원화가치 하락

수출 숨통 틔고 투자따른 이자·배당 수익도 기대


정부가 미 달러화가 해외로 나가는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한 것은 우리나라의 경상흑자와 화폐가치 간 복원 기능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고장난 시장 기능에 메스를 대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가령 정상적인 경제에서는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 국내에 달러가 풍부해져 자국 화폐가치는 상승한다. 이는 수출을 감소시키고 반대로 수입액은 끌어올린다. 이에 경상수지는 균형점을 되찾아 가고 그동안 올랐던 자국 화폐가치도 자연스럽게 하락하며 수출을 다시 끌어올린다. 이른바 '환율 복원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막대한 가계부채로 이 같은 시장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원리금 부담 늘어만 가고 소득은 늘지 않자 환율효과로 수입물가가 내려가도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다.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수입은 더 크게 줄어들며 경상흑자는 계속해서 쌓여만 가는 악순환(불황형 경상흑자)이다.

실제 지난 1~4월 경상흑자는 315억9,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223억4,000만달러)보다 92억5,000만달러(41.4%)나 많았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892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던 경상흑자가 올해는 1,236억달러로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며 국내총생산(GDP)의 8.8%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경상흑자로 유럽의 부를 모두 빨아들인다는 비판을 받는 독일(8.4%·IMF 전망)보다도 많은 것이다.

이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18년(1998년 이후·연간기준)간 계속된 경상흑자로 달러화가 국내에 누적된데다 최근에는 일본·유럽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돈을 찍어내는 미증유의 정책까지 겹치며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뛰고 있다. 올해 4월 말 7년 2개월 만에 원·엔 환율은 900원선이 붕괴(엔화 대비 원화가치 상승)됐고 이후 당국의 강도 높은 외환시장 개입으로 급락세는 막고 있으나 경상흑자, 외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라는 큰 파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5월 수출이 금융위기 후 최대 폭(10.9%) 감소하는 결과로 직결됐다 .



미국으로부터 견제를 받는 것도 부담이다. 미 재무부는 4월 반기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원화가치가 경상흑자와 외환보유액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의 방패막이 돼줬던 중국에 대해 "환율 시스템 개혁이 긍정적"이라며 "위안화 저평가가 해소됐다"고 평가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국제 통상마찰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9~2014년 6월까지 우리는 총 85건의 반덤핑 제소를 당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세계 각국이 내수부진으로 수출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가운데 우리만 경상흑자가 늘어나니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외국환거래법 개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선 해외 투자를 위해 달러 매입량이 늘어나 원화강세 압력이 누그러질 수 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같이 수출이 안 좋을 때 원화가치가 하락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구조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신흥국일 때는 수출로 국가의 먹거리를 창출한다면(무역입국) 일정 순간이 지나면 해외 투자에 따른 이자, 배당소득으로 부를 창출(투자입국)해야 한다. 이번 조치로 해외 투자가 늘어나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이자·배당소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사람도 나이가 들면 그동안 투자했던 것에서 이자를 받으며 살아가듯이 국가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외 자산 취득에 따른 배당·이자소득으로 부를 창출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저성장이 시작된 1990년대 말부터 자본의 해외 수출을 본격화해 대외순자산(해외 자산에서 부채를 뺀 것)이 지난해 말 현재 3조달러(약 3,400조원)에 이른다. 이자율이 연 1%포인트만 올라도 우리나라 올해 예산(376조원)의 10%에 해당하는 300억달러(약 34조원)의 국부가 새로 창출된다. 반면 우리는 대외순자산이 819억달러(약 92조원)로 일본 대외순자산의 2.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자율이 1%포인트 오를시 얻을 수 있는 국부도 8억1,900만달러(약 9,200억원)로 일본에 비해 적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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