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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년 전부터 선진국이 되려면 연평균 5.2%씩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이제 잠재성장률이 3.8%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됐습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기 전에 선진국에 진입해야 하는데 이제는 힘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양(생산가능인구), 사람의 질(인적자본), 자본의 양(투자량), 자본의 질(생산성) 등 잠재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4가지 요소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출신의 재선 의원으로 새누리당 정책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성린(62) 의원은 지난 8일 서울 숭실대에서 열린 '서울경제 대학생 시장경제 특강'에서 '한국경제 희망찾기'라는 주제로 열강하며 선진국 진입의 길이 멀어지는 데 대해 한없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특히 한 국가의 가용자원을 총동원할 때 달성 가능한 경제성장률인 잠재성장률 개념을 들며 이것이 최근 바닥권까지 내려가는 상황을 우려했다.
나 의원은 "일본이 요즘 저출산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지만 1994년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뒤 발생한 문제"라며 "한국 기업은 이제 반도체·자동차 등 일부를 제외하고 세계 일류 상품 200여개가 모두 중국에 따라잡힐 위기에 놓였다"고 한탄했다.
나 의원은 특히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만 남발하는 정치권의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투자 여건은 조성도 하지 않은 채 규제만 잔뜩 만들어놓고 기업이 경제위기를 대비해 마련한 사내유보금까지 무작정 투자하라고 압박하는 것은 문제라는 얘기였다. 또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잠재성장률과 조세수입은 곤두박질치는데 무상복지 등 대책 없는 복지정책만 남발하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나 의원은 "무턱대고 우리나라 복지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맞춰야 한다는 의원도 많고 심지어 우리와 환경이 다른 북유럽 방식에 맞춰야 한다는 의원마저도 있다"며 "그런 주장이 대중들에게 지지를 얻기는 쉽지만 당장 그런 길을 택할 경우 한국은 머지않아 망하는 길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교육정책을 둘러싼 이념 논쟁과 대기업 위주의 노조가 이끄는 노사갈등 문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나 의원은 "교육정책을 두고 20년째 수월성과 형평성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최상위 엘리트도 따로 키워야 인적자본이 좋아진다"며 "노사갈등을 이끄는 귀족노조와 정말 보호 받아야 하는 중소기업 노동자들과는 구분해서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양극화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데 과세표준을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최준범(경제학과 4년) 학생의 질문에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거둬서 서민에게 푼돈을 나눠준다고 양극화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결국 경제를 살려서 하위계층에 일자리를 주는 것이 양극화의 근본 해결법"이라고 답했다.
나 의원은 이어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했다가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꾸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때까지 남들보다 뒤처졌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인생을 장기전으로 보고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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