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의 키코(KIKO) 관련 손실이 은행 부실로 이어지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환율 방향에 달려 있다. 키코 상품은 중소기업들이 매월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를 취한다. 따라서 환율이 내려가면 중소기업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980원’을 감내 가능한 선으로 제시한다. ◇키코 손실, 왜 은행이 대신 내나=은행들은 중소기업과 키코 계약을 맺으면 곧바로 계약한 금액만큼 시장에서 매도한다. 은행은 매달 중소기업으로부터 일정 금액의 달러를 받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회피를 위해 미리 달러를 파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매달 정해진 시점에 정해진 환율로 달러를 사서 은행에서 결제하면 된다. 은행과 중소기업은 양측의 편의를 위해 일정 금액을 은행에 예치해 두고 환율차이 만큼을 정산한다. 최근처럼 환율이 계속 올라가면서 환차손도 확대돼 중소기업이 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은행은 받을 결제대금을 못 받았기 때문에 미수금으로 처리하거나, 대신 결제하고 나중에 받는 것으로 처리한다. 또는 대출로 전환하기도 한다. ◇못 갚는다고 당장 부실기업으로 떨어지지는 않아=중소기업들이 키코 상품의 달러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다고 당장 부실기업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은행들은 기업들이 지금까지 제대로 결제해오다가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로 결제하지 못한 만큼 3개월 또는 6개월 동안 갚을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수익의 원천인 기업을 어떻게든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대지급 기한을 6개월로 연장해주거나 대출로 전환해주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율 상승 지속되면 은행 부실 확대=중소기업의 자금 미지급이 당장 은행의 부실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은행으로서는 잠재 부실이다. 은행은 일단 미수금으로 처리하고 정상기업으로 분류해둔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그 다음달에도 달러 대금을 결제해야 한다. 따라서 미지급금이 누적될 수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지급금이나 미수금이 당장은 은행 부실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미결제 금액이 쌓이면 6개월 후에는 더 많은 부실채권이 쌓이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 외국계 은행은 100억원에 해당하는 외화를 대신 사서 키코 거래를 청산한 뒤 부실채권으로 처리했다. 한 시중은행은 납입 금액이 수억원 수준으로 많지 않아 대신 납입하고 연체이자 미납으로 처리, 6개월 내에 갚도록 했다. 다른 은행은 정해진 납기일 내에 대금을 갚지 않을 경우 법원 제소와 압류 등 법적인 대금 회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세가 재연될 경우 대출전환이나 회수절차를 밟는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키코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유행했던 만큼 1년, 1년6개월짜리 만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통화옵션 관련 기업의 환차손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2조5,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중 중소기업이 1조9,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중소기업의 키코 관련 결제 대금 미지급이 확산되면 은행의 건전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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